"형식적 심의로 허위ㆍ과장 근절안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TV 홈쇼핑 사업자별 상반기 징계건수 TV홈쇼핑의 상품 방송 심의 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홈쇼핑의 상품 방송 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방송위원회의 심의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시민단체는 방송위의 심의가 다분히 형식적이라며 실력 대결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정작 방송위는 비용 등을 이유로 현행체제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어 상품 심의방식을 놓고 홈쇼핑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홈쇼핑 상품 심의 ‘문제 있다’=홈쇼핑 상품에 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방송위의 심의 기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올 하반기 들어서만 방송위의 심의 제도를 무색케 할 정도로 연이어 홈쇼핑 상품이 사회 문제화됐다.
CJ홈쇼핑 히트 상품이었던 천연 화장품이 방영 중에 소개된 성분중 일부가 실제와 다르다는 논란이 끝나기 무섭게 농수산홈쇼핑은 한우세트에 젖소 고기를 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이어 최근에는 현대홈쇼핑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린 캐나다 이민 상품이 과장과 허위 광고 등을 이유로 방송위가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홈쇼핑은 이번 사태로 이번 달 방영 예정이었던 해외 유학 상품도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현행 자율심의를 기반으로 한 사후 심의제도로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사전 심의나 처벌의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 현행 체제 고수하겠다=이에 대해 방송위는 심의 제도를 부분적으로 보완하겠지만 ‘자율 심의’라는 기본 원칙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홈쇼핑은 기본적으로 사후 심의이어서 상품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전 심의는 현행 법에도 배치될 뿐더러 비용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송위는 현재 ‘상품판매 심의위원회’를 통해 매월 홈쇼핑 방송을 사후 심의하고 있으며 주의·경고·사과 방송·관계자 징계 등 위반 경중에 따라 홈쇼핑업체를 제재하고 있다.
한인형 평가심의국 국장은 “사전 예고제, 실시간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사후 심의가 갖는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며 “심의 결과를 계량화해 사업자 승인 재검토 등에 반영하고 있어 현행 자율심의 방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안은=사실 사전 심의 방식과 관련한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사후약방문’식의 대처로는 근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 심의제 역시 전면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방송 프로그램 전부를 일일이 검토할 수 없을 뿐더러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부분 사전 심의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율 심의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 상품에 관해서만 사전 심의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서비스나 신상품 등 쟁점이 될 만한 상품에 대해서만 서로 의견을 조율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화 상품에 대해서 방송위와 홈쇼핑업체가 충분히 협의하는 게 오히려 홈쇼핑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상품 심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 소장은 “기껏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신상품에 대한 방송위의 과도한 제재는 오히려 홈쇼핑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일부 상품에 대한 부분 사전 심의 제도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