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전자제품 역수입

 역수입(buy back)제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현지조립 후 국내로 역수입되는 제품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나는 등 안정적이던 우리의 유통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역수입 제품의 경우 정품의 절반가격에 판매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역수입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90년대 후반 기승을 부리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고개를 수그렸지만 품귀 제품을 중심으로 물밑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역수입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생각일수도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회사의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지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의 본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 생산한 제품인지 등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수입 제품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관련 산업계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역수입 제품으로 인해 가격체계와 유통질서가 무너지면 경쟁력의 원천인 개발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산업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일본이다. 해외공장에서 생산되는 역수입 제품이 전체 전자제품의 15%선에 달하고, 소비자들이 브랜드 위주로 제품을 구입하면서 한때 연 1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던 일본의 무역수지가 급락하는 등 골 깊은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불량 제품일 경우 제조사를 통해 정상적인 사후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수입 제품이 급증하는 이유는 동급 제품이라면 해외 생산 제품이 국내 생산 제품보다 유통마진이 보통 5% 이상 높고, 일부 제품의 경우 최고 50%까지 차이가 난다. LG전자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52배속 CD RW의 경우 정품과의 가격차가 최고 2배정도 벌어지면서 역수입 제품이 전체 광저장장치(ODD) 유통시장의 20%를 차지했을 정도다.

 현재 역수입이 가장 활발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플래시메모리와 시스템 LSI, 쉽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광저장장치 등이라고 한다. 또 올 초부터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낸드(NAND)형 플래시메모리 수입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제조업체는 아예 완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플래시 메모리 유통에 나설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역수입 제품문제를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역수입이 심화될 경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핵심 생산설비 해외이전을 부추기고, 이것이 곧바로 국내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발표한 자료는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니란 점을 방증한다. 375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생산시설 해외이전 실태조사 결과, 10곳 가운데 4곳 가량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을 진행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더욱 그렇다.

 이로 인해 실업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것은 물론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니 역수입 제품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