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래 세계 각국은 외형적으로는 자유로운 무역거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보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인증제도 등 각종 기술 장벽을 통해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을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제무역환경 아래에서 삼성과 LG 등 우리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세계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은 열악한 기술력과 인력 및 정보부족 등으로 적지 않은 애로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제품 안전규격인 UL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유럽에 수출하려면 CE마크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CCC인증을 각각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각종 해외규격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모델별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긴 시간과 통상 1만달러 이상의 많은 비용을 소요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외국의 각종 규격인증제도 때문에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중소기업청)에서는 지난 98년부터 연간 150억원 규모로 매년 3000여개 중소기업에 대해 해외규격 인증 획득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 비용은 수출 상대국의 기술 장벽을 극복하도록 하는 데 쓰이고 있으며 기업들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호응을 받아왔다.
아울러 지난 2001년부터는 산업기술시험원내에 ‘해외규격인증정보센터’를 설치해 규격인증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총 27만종의 최신 해외규격도 확보했다. 이러한 규격 정보는 실시간 온라인 방식의 열람·복사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시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기업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은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개발해 생산한 제품이 수출 상대국의 인증규격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의 안전, 또는 환경 및 보건관련 인증규격에 미달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개발제품이 수출상대국 인증규격에 맞는다면 인증을 획득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용이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사소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된 제품이 인증획득 과정에서 수출 상대국의 인증규격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는 첫 단계인 설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비용, 납기, 인력 등이 투자된다. 결과적으로 수출을 하려는 중소기업에게 기술인증 문제의 해결은 경영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해외인증획득지원사업을 관리하는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인 필자로서는 이러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시장이 아무리 자유롭게된다 해도 안전, 보건, 환경보호 등을 명분으로 하는 기술적 무역장벽 즉 각종 규격인증제도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수출을 경제발전의 제일 견인차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장벽을 넘기 위해 수출 상대국의 규격에 부합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현재와 같이 제품 개발 이후 최종단계에서 인증획득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보다는 제품 개발시 설계단계에서부터 인증규격 정보를 제공하고 기술을 지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같은 지원이 이뤄진다면 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공지원기관 산하에 이를테면 ‘국제품질인증지원센터’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같은 센터가 만들어지면 이 센터가 중심이 돼 품질인증기관과 지방대학을 네트워킹화함으로써 현지에서 중소기업들이 각종 기술 장벽을 뚫고 수출을 밀착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기술시험원장 강윤관 ykkang@kt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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