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불어닥친 환율쇼크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두바이에서 열린 서방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가 일본 통화당국의 시장개입을 견제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한 후 이번 주초부터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의 여파로 원화 환율이 급락했다. 이는 또 주식시장에 직격탄을 날려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로 이어졌다. 하루가 지난 23일에는 환율과 주가 하락이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태풍 ‘매미’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환율 폭풍이 몰아닥친 것이다.
특히 이번 원화하락은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돼 있을 때에는 화폐가치가 떨어져야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드는 국제수지 균형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굳이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화 환율이 10% 하락할 때 국내 제조업의 매출액은 평균 5.1% 떨어지고 경상이익률도 3.0%포인트 하락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업체들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컴퓨터업체는 3.8%포인트, 전자업체는 무려 4.6%씩 경상이익률이 떨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에는 달러당 1100원까지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소수출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환헤지 전략을 쓰고 있는 대기업들도 환율하락의 불똥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특히 수출주력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문제다. 중국은 G7의 위안화 절상압력에도 불구, 기존 달러화에 연계한 페그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더 이상의 가격경쟁은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중국시장에서도 한국제품이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율이 급등락할 때마다 한국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요동쳐야만 하는지 새삼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근본적으로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대외경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환율은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환율변동때마다 일희일비해야하는 우리경제의 체질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차적으로는 기업들이 시장경쟁의 울타리가 없어진데 대해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환헤지도 임시방편적인 성격이 짙다. 환율이 단기간에 요동치면 그나마 헤지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지만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닥칠 때에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부도 국제금융동향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부가 일이 터지고나서야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수 없이 보아왔다.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라는 우리의 실상을 다각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화절상이 우리 경제에 악재임에는 분명하지만 달러약세로 미국의 경제회복이 가속화 할 경우 아직도 대미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이를 활용하기에 따라 수혜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차이는 있지만 엔화도 동반강세인데다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어 수출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환율이라는 단일변수보다는 수출비중의 변화와 유가변동 등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대우증권의 분석도 정책당국자들에게는 필요한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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