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주5일 근무제-경제연구소가 본 주5일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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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5일 근무제는 노사관계는 물론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한 획을 긋는 ‘대변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도입효과와 성공적인 정착방안 등에 대한 각종 보고서와 논문 등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경제연구소들은 산업별·경제주체별 효과와 이해득실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과연 주5일제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에 따른 파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대한민국 최고 브레인들의 눈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토요 휴무제 시행으로 우선 확실시되는 것은 전기·전자·섬유·건설 등 전통 제조업의 약화와 관광·레저·외식 등 서비스업의 활성화다. 주5일근무제는 우리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차원의 산업구조에도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비스업↑ 제조업↓=한국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주5일근무제에 따른 여가시간 증대로 ‘국내관광총량(관광객수에 관광일수 및 횟수 등 모든 관광요인을 곱한 수치)’이 연평균 4600만명씩 늘어 오는 2006년이면 약 4억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따라 향후 연평균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조6840억원 △고용유발효과 10만6121명 △소득유발효과 6501억8600만원 등으로 관광산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표1 참조

 관광연구원의 이강욱 박사는 “주5일근무제로 관광수요가 연평균 7%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국내 레저시장 전망 보고서 역시 국내 레저시장의 장미빛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레저시장 규모는 올해만 작년대비 15.7% 성장, 총 19조76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 한사람당 레저비용으로 연간 41만2000원씩 쓰는 셈이다.

 반면 주5일제는 필연적으로 제조업 수난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가전·섬유 등 노동집약적인 전통산업에는 토요 휴무제가 역효과라고 밝혔다. 또 저가위주의 한국형 수출산업을 비롯해 건설, 1차 산업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유재원 실장은 “레저산업 팽창은 노동비용 상승, 근무분위기 이완,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인한 국내 기간산업 위축 등 제조업체 붕괴의 방증”이라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제조업 보호를 위해 서비스 산업으로의 인력과 자금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착이 관건=‘주5일제의 최대 수혜자는 서비스업, 피해자는 제조업’과 같은 이분법적 논리로는 토요휴무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소간의 장단점은 인정하되, 대승적인 합의와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5일근무제의 성공적 정착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엄청난 경제·사회적 비용을 지불했으며 갈등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노사 화합과 생산성 향상에 성공할 경우에는 주5일근무제가 기업의 생존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MF 이후 영미식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돼오면서 전통적인 노사간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며 “우리와 사회·교육시스템이 판이한 서구식 모델을 그대로 차용한데 따른 문화적·정서적 괴리감이 오히려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연구위원은 “주5일제로 귀중해진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근로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평상시만이라도 근로자가 고용의 안정성을 믿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기고]양혁승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주5일근무제의 시행은 산업구조조정의 촉발제로 작용할 것이며 국민의 생활양식 변화는 물론 의식구조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경영자의 관점에서 주5일근무제는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을 의미하며, 시행 이전과 동일한 근무시간을 유지할 경우 주당 4시간 분량의 초과근로수당의 증가를 의미한다. 인력 공급부족에 직면해 있는 업종이나 직종에서는 초과근로시간 증가로 인한 추가부담을 해당 기업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주5일근무제의 또 다른 본질은 노동 생산성이다. 주5일근무제로 인해 추가비용이 유발된다해도 그 이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따라서 주5일근무제의 인건비 증가효과를 생산성 증대로 보전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만큼 경영상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생산성 향상의 계기로 삼는 기업들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호기로 삼을 수도 있다.

 관건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여지는 충분히 있으며, 주5일근무제 시행 이전부터 그에 준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단행하면서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킨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일례로 국내 Y기업은 24시간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공장에서 일찌감치 3조 3교대제 대신 4조 3교대제를 운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25%의 근무시간 단축을 시도했고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직원들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직원들의 생산성이 그들의 ‘노동력’에 달려있다기보다는 그들의 ‘역량’과 조직을 위해 그 역량을 사용하려는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주5일근무제로 인한 법정 근무시간 단축이 중요한 경영압박 요인으로 크게 다가오는 근본 이유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그들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노동강도나 노력증대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노동력보다는 개개인 직원들의 역량과 그들의 조직에 대한 헌신에 의존한다면 물리적 근무시간의 단축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민감도는 훨씬 작을 것이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노동력에 의존하는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결을 터득한 기업은 다른 면에서 동일한 조건을 가진 경쟁사들에 비해 뛰어난 경쟁우위를 확보해 유지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방안이 업종의 특성상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보다 아이디어나 창의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나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지 모른다. 물론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자본집약적 산업이, 제조업이나 도소매업보다는 IT산업이나 전문적 서비스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을 훨씬 적게 받을 것이며, 직원들의 역량이나 헌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여지가 높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동일 업종 내에서도 생산성의 격차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으며, 그 이면에는 직원들의 머리와 가슴을 어떻게 얻느냐에 달려있다. 똑같은 제조 공정이라 해도 개선이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있고 그에 대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는 일선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안에 잠재적 형태로 묻혀 있다. 그들에게 지적·기술적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회사를 위해 자신들의 역량을 쏟아 놓을 수 있도록 헌신기반을 확충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넘어 보다 머리를 써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할 때 주5일근무제가 새로운 생산성 향상의 전기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사례

 이제 막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명제 아래 이 제도를 오래전부터 채택, 시행해오고 있다.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 주5일 근무제는 단순한 토요휴무 제도가 아니라 삶의 중심 축이 직장에서 가정으로, 일에서 개인생활로 전환됨을 의미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구미 선진국은 물론 일본은 지난 88년에 주5일근무제를 도입해 10년 간의 단계적인 조치를 거쳐 지난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1인당 GNP가 낮은 중국 역시 1995년에 주5일 근무제를 실시중이다.

 구미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주40시간제가 도입된 것은 지난 36년이다. 이때 연 2주일의 유급휴가가 함께 도입됐으며 지난 58년에는 유급휴가일수가 3주로, 68년에는 4주로 늘어났다. 82년에는 노동시간이 주 39시간으로 단축됐고 연간유급휴가도 5주로 늘었으며 주당 최대노동시간을 48시간, 연간 최대 초과노동시간을 130시간 한도로 제한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지난 96년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창출한 기업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로비앙법’을 도입했고 98년부터 99년에 걸쳐 주35시간법인 일명 ‘오브리법’과 그 후속 법안이 확정되면서 2000년부터 주 35시간제가 실시되고 있다.

 독일은 적극적인 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1차대전 후인 지난 18년 주당 48시간 노동제가 도입됐으며 2차대전 후에는 초과 근로의 축소와 유급휴가의 증가 형태로 제도가 시행됐다. 지난 67년에는 주 40시간 노동이, 1962년에 연 18일 휴가가 보장됐다. 독일은 1974년 석유파동으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실업자가 240만으로 늘어났다. 이에 노조들은 실업문제해결을 위해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 독일 금속노조는 35시간제를 주장했고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 84년 격렬한 파업을 벌였다. 결국 지난 85년 주당 근로시간을 38.5시간으로 하고 임금을 완전 보전하는 타협안이 체결됐으며 95년부터 주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일본의 법정노동시간은 80년대 들어 변화를 맞았다. 일본은 80년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미국, 유럽 등 외국과 심각한 무역마찰을 일으켰다. 이 때 일본의 많은 기업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으면서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적극 실시했다.

 지난 87년 법정노동시간을 주당 48시간으로부터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노동기준법을 개정했다. 법에는 법정노동시간은 물론 초과 근로와 휴일 근로를 억제하기 위해 수당 인상 및 시간외근로 상한선 설정, 유급휴가제도 개선 등을 담았으며 지난 93년에는 ‘노동시간단축촉진에관한임시조치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