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19)HOT의 애니 뮤직비디오

 HOT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만들기

 1999년 겨울. 꽤 매서운 바람과 추위로 얼어붙었던 한반도를 뜨거운 열기로 녹이고 있는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한국 댄스그룹의 지존 ‘H.O.T’였다.

 문희준·강타·토니안·장우혁·이재원 등 5명으로 구성된 H.O.T는 제대로 틀이 갖춰져 있지 않던 음반계에 진정한 스타 마케팅을 가미한 댄스그룹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후에 한류열풍을 일으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그들이지만 현재 문희준과 강타는 솔로가수로, 그 외 3명은 jtl이라는 댄스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폭발적인 팬들의 성원을 이어가지는 못하는 듯하다. 지금도 여러 매체에서는 재결합설의 기사가 흘러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필자는 이런 때에 지금은 가수들에게 너무 보편화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도 실사가 아닌 2D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 타이틀은 H.O.T 3집에 실려 있는 ‘우리들의 맹세’라는 곡으로 지금은 꽤 알려진 ‘오디션’의 천계영 작가가 전체의 그림 톤을 만들었고, 애니메이션 색 지정은 ‘원더풀데이즈’를 제작한 정미 감독이 맡았다. 또 원화, 동화, 편집, 믹싱 부분도 각 파트에서 내로라 하는 스태프들이 담당했다.

 이제까지도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한 뮤직비디오 중 가장 잘 알려진 타이틀은 스웨덴의 팝록 뉴웨이브 음악 그룹인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일 듯 싶다. 이를 제외하고는 양과 질적으로 대중에게 인상적인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스케줄에 대한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의 영역인 듯 싶다. 더욱이 인기 만화작가 천계영씨가 본인의 그림 톤으로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여 퀄리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이 때문에 프로듀서이던 필자와도 꽤나 많은 마찰이 있었다. 디렉터와 프로듀서는 한 목표를 위해 함께 뛰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 작품의 퀄리티와 이에 비례해서 지출되는 비용, 늘어지는 스케줄이라는 도저히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이해관계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H.O.T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수 많은 뮤직비디오를 기획, 제작해 왔던 만큼 눈높이 역시 높아져 있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하지만 천계영 작가는 프로였다. 애니메이터가 작화한 것 중에서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직접 작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는가 하면, 이후 편집과 믹싱작업까지 참여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작했던 뮤직비디오. 그 흔한 쫑파티 한 번 못하고 돌아섰던 것 같아 천계영 작가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당시의 서운함을 얘기하고 싶다. ‘서운함을 이해하고 서로의 내공을 모아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보자’고.

 지금은 애니메이션 영역이 플래시, 클레이 등 소재나 매체에 따라 각기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때 기획 제작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역시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장르의 일부분이 됐다는데 만족을 느낀다.

 <김승욱·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대표 hook196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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