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윤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네트워크 총괄 사장

"모바일·네트워크는 반도체시장 새 동력"

 “앞으로 10년간은 복합메모리(MCP)를 기반으로 비메모리(시스템LSI), 소프트웨어까지 결합된 종합적인 반도체 솔루션을 공급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단일 품목을 누가 잘 만드느냐 보다는 여러가지 기술과 제품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제 때에, 가격경쟁력을 갖춰 종합적으로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살아있는 역사, 이윤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네트워크 총괄 사장(CEO·57).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연구가 처음 이뤄진 60년대말 엔지니어로 출발해 256K D램 개발, 기흥공장 라인 건설, 세계 1위의 메모리 생산업체, 세계 톱2의 반도체기업 CEO가 되기까지 지난 35년간 오직 반도체 기술혁신과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왔다.

 그런 그가 요즘 새로운 준비를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뒤 삼성의 반도체사업을 먹여 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선 것. CEO로서 매순간 고민하는 주제지만 신경영 10주년을 맞은 그룹의 새 비전 찾기와 함께 11월이면 이 사장도 반도체사업을 총괄한지 꼭 10년이 돼 무게감을 갖고 구체화하고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모바일, 네트워크, 브로드밴드’를 꼽았다. 그동안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것이 PC와 유선 인터넷이었다면 앞으로는 선이 없는 무선 인터넷과 국경을 초월하는 브로드밴드가 될 것이라는 설명.

 “개인의 생활과 기업의 업무환경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2010년 경에는 도래할 것”이라는 이 사장. “삼성의 향후 10년의 비전도 이와 같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은 D램이 캐시카우가 됐다면 향후 이머징 시장에서는 전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좀 더 복합적인 솔루션을 공급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는 것. 주력 제품과 응용 분야를 다양화해 고객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얘기다.

 메모리는 고성능 휴대폰·USB플래시드라이버·디지털 리코더 등 다양한 컨버전스기기가 등장하면서 1인당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D램을 위시해 S램, 플래시, F램 등이 한 패키지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복합메모리(MCP)를 중심으로 여전히 든든한 기반으로 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한 시스템LSI는 시스템 구성에 핵심인 만큼 CPU, 베이스밴드칩 등 핵심 코어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메모리와 결합해 시스템온칩(SoC), 시스템인패키지(SiP)로 확대해 새로운 현금창출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 사장은 “사실 그동안 메모리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느라 시스템LSI 분야에 투자를 보다 공격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하지만 메모리와 시스템LSI가 적절하게 결합돼야 시너지가 나기 때문에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특히 시스템LSI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ASIC업체와 공동 개발 및 마케팅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모든 것을 독자 개발하겠다거나 대기업이 독식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이사장.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분야에 걸쳐 아웃소싱을 확대할 생각이다.

 이 사장은 또 비메모리 전용 공장으로 설립하기로 했던 온양 공장을 재추진할 것을 고민 중이다. 다시 추진한다면 300㎜ 웨이퍼 공장으로 가야하는데 투자여력이 문제라는 것. “최종 투자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화성은 메모리 중심으로, 온양은 비메모리 전용 공장으로 집중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온양공장 설립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D램의 의존도는 전체 반도체총괄 매출 중 30% 정도로 낮아졌다. 생산비중도 60%대에서 50%로 떨어뜨렸다. 대신 플래시메모리와 LCD드라이버IC(LDI),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스마트카드칩 등이 새로운 1위 후보군으로 떠올라 뒷심이 되고 있다. 이를 D램처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만드는 것이 이 사장이 이른 시일 내 해야할 일 들이다.

 삼성의 반도체 공장의 중국행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사장은 그러나 “중국에 웨이퍼 생산공장(Fab)을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일축한다.

 “다만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LCD 패널 조립 등 후공정 위주로 집중해 현지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있으면 당연히 현지화해야겠지만 중국은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웨이퍼 공장이 들어가기에는 숙련된 인력이 없고 인프라가 취약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었다.

 이 사장은 다시금 적시 투자와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현재 12라인까지 가동 중인 화성공장은 2005년이면 포화 돼 연내로 증설 여부를 판단하지 않으면 투자시기를 놓친다는 것. 숙련된 인력과 용수·전력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