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의 현장을 가다](20)풍남반도체테크

　모바일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이 몰려있는 대구시 칠곡에서 5번 국도를 따라 안동방면으로 10여분 간 차로 달리다 보면 칠곡군 동명면이라는 면소재지를 만난다. 시골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면사무소 주변도로를 뒤로하고 하천둑길로 접어들면 만나게 되는 오래된 다리위로 중앙고속도로가 가로지른다. 그 건너에 국내 유일의 세계적 반도체 소재 폐기물 재생 업체인 풍남반도체테크(대표 권태일 http://www.pungnamtech.com)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회사를 옮길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중앙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다보면 우리 회사 상호가 눈에 확 띄면서 홍보에도 그만입니다. 이곳을 지나간 사람치고 우리 회사의 상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직선거리로 20여m 거리에 있는 고속도로 소음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사장은 오히려 “이만한 위치도 없다”고 되받는다.

　풍남반도체테크는 반도체 소재 폐기물인 슬러리(Slurry) 재생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스타벤처다. 슬러리란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실리콘 웨이퍼의 절단 과정에서 사용된 폐기물을 말한다. 그동안 반도체 제조회사에서는 배출된 슬러리를 모아 폐기물 수거업체를 통해 전량 매립 또는 소각해 왔다. 반도체 웨이퍼용 슬러리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로 매년 1조7000억 원어치가 국내에 들어오지만 한번 사용후 그대로 폐기돼 환경오염의 원인이 돼왔다.

　본사 건물에서 안동방면으로 2㎞쯤 떨어진 칠곡군 동명면 다부리에는 풍남반도체테크의 슬러리 재생 전용공장이 있다.

　지난 4월 대구에서 이전한 슬러리공장은 지상 3층 연면적 1600평에 슬러리 리사이클을 위한 각종 첨단장비가 설치돼 있는데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슬러리 재생공장 내부에는 반도체업체에서 수거해 온 폐슬러리를 모아 파티클(입자오염)이 5미크론(㎛)이하인 클린룸의 분리기를 통해 재생 가능한 오일을 추출해 내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재생된 오일은 삼성반도체와 LG실트론 등 반도체업체에 전량 공급된다.

　풍남반도체테크는 수거해온 폐슬러리를 86%까지 재생해 발생업체에 재납품하고 나머지는 안경테 등의 연마재로 재활용한다. 폐슬러리의 99%를 재활용하는 셈이다. 외국회사의 슬러리 재활용 기술이 50%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 하다.

　부설연구소에는 일본 국립자원환경종합연구소 연구원 출신의 장원철 소장을 비롯, 5명의 석박사 출신 연구원이 슬러리 재생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장 소장(40)은 “장기적으로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 반도체 재료를 재생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재료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남반도체테크는 반도체 소재 슬러리 재생사업을 통해 올해 2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50억원, 2005년에는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 인터뷰 - 권태일 사장

　“슬러리 리사이클링 사업은 수입 대체 효과가 탁월하고 특히 그동안 폐기돼 환경오염의 원인이 됐던 슬러리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친화적입니다.”

　풍남반도체테크 권태일 사장(49)은 “폐슬러리 재생사업이 무엇보다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원재료비가 들지 않는 고부가가치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또 “매출의 20% 가량을 R&D에 투자해 향후 다양한 원천 폐기물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반도체 슬러리 생산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기술력에 대해 “반도체 웨이퍼 제조용 세정장비는 국내외 다른 경쟁업체와는 달리 특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반도체 웨이퍼 관련 장비로 국산화에 기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돈도 중요하지만 깨끗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권 사장은 “앞으로도 기업을 통해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