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물류 생산기지
파주시는 어느 때 보다도 활기가 넘친다. 파주시 주변 곳곳에서 역동적인 기운이 물씬 묻어난다. 덤프 트럭이 쉼 없이 지나다니고 건설 중장비에서 내뿜는 웅장한 기계 음으로 도시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파주 시민도 어느 때 보다도 생동감이 넘치는 표정이다.
자유의 다리를 넘어 개성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파주시가 동북아 중심 국가의 거점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분단 조국을 상징하는 삼팔선 인근의 조용한 도시로만 알았던 파주시가 생산과 물류 도시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 가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의 이미지를 ‘180도’로 바꾼 사건이 ‘파주LCD 지방산업 단지’의 조성이다. 산업 단지는 지난 2월 세계적인 LCD기업 LG필립스LCD가 투자를 전격 결정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LG필립스 측은 "투자비 뿐 아니라 인력 확보, 물류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었지만 파주시의 의지와 노력, 국제 감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주시를 최종 생산 거점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탄현면 금승리 일대 50만평에 건설 예정인 LG필립스 공장은 현재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환경 영향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착공해 2006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생산 공장이 가동되면 5000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내수 3조원, 수출 2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50여 만평에 별도로 입주해 LG필립스 공장을 축으로 세계적인 LCD 생산 단지가 들어선다. 여기에 파주시가 지방 공단으로 조성 중인 문발 1·2, 금파, 오산, 탄현 등 5개 산업 단지까지 들어서면 24만 명인 파주시는 2008년경에는 50만 명의 자족 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
파주시는 나아가 월롱면 덕은리 일대 70여만 평에 남북경협산업단지를, 장단면과 문산읍 일대 300여만 평에는 남북교류협력단지와 배후 도시를 조성해 ‘세계 속의 파주’로 우뚝 선다는 전략이다. 민통선 지역에 잘 보존된 생태계를 보존 개발하는 등 도라산 역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 탐방로와 평화관광공원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미 교하읍 문발리 일대 47만평에는 ‘문화와 정보 타운’ 출판 문화 정보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파주시가 동북아 시대의 거점 도시로 부각한 데는 지리적인 위치가 한 몫 했다. 파주는 일산 신도시와 인접한 이점으로 국내 최대 경제 도시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다. 여기에 삼팔선 인근에 위치해 남한과 북한을 잇는 교두보일 뿐 더러 개성 공단이 건립되면 생산 기지 뿐 아니라 물류 기지로서도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서울로 통하는 교통망은 남북한 어느 지역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북한으로 통하는 도로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문산과 서울 구간을 복선을 목표로 경의선 철도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아가 정부는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를 오는 2011년까지 건설하고, 대화IC∼강매IC를 잇는 제2자유로와 김포∼관산 도로 등 7개 노선도 연차적으로 확충된다. 파주LCD 산업단지를 대만, 중국 심지어 한국 내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던 데도 이 같은 지리적인 위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주시도 파주를 동북아 중심 국가의 거점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이를 제1의 시정 목표로 삼고 활발한 투자 유치와 대외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동북아 중심 도시로 낙점을 받아 논 상태다.
파주시 측은 "파주가 서울에 인접해 출퇴근이 쉽고 중국과 북한으로 가는 교두보는 물론 물류 기지로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외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인터뷰 - 이준원 파주시장
"파주를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경제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이준원 파주시장(54)은 "파주의 미래는 지금부터"라며 "파주의 이미지를 분단 접경 지역의 침체된 도시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동북아 중심 국가의 거점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시금 사업이 바로 LG필립스LCD의 대규모 투자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LG필립스의 투자 유치는 파주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입니다. 워낙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성사 이 후 경제적 효과는 단순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로 높습니다."
사실 누구도 파주시에 세계적인 LCD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LG필립스의 차세대 공장은 구미시에 5개가 가동 중이라 새로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구미시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었다. "차세대 LCD공장 유치는 치열한 국제 경쟁의 승리였습니다. 그저 운 좋게 얻은 결과가 아닙니다.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을 이기기 위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준원 시장은 "접경 지역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투자 유치를 성사시키면서 파주시는 남북 통일과 남북 경협을 위한 주요한 성장 축을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CD 공장 유치, 신도지 지정, 동북아 거점 도시로 비전 수립 등 일련의 파주시의 청사진에는 이준원 시장의 독특한 이력도 한 몫 했다. 이 시장은 서울대 공과대학과 KAIST를 졸업한 ‘기술 관료’다. 또 현대 건설을 시작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등 풍부한 산업계 경험을 거친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지난 해 7월 민선 3기 시장으로 취임 후 ‘세계로 도약하는 파주’를 모토로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시정에 새바람을 불러온 데도 산업계의 경영 마인드가 큰 힘이 됐다.
이준원 시장은 "첨단 산업의 연구 개발 기지로 파주시의 이미지를 바뀌고 남북 교통의 요충지와 개성 공단과의 근접성이라는 지리적 배경을 토대로 파주시를 물류 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 파주 LCD 단지의 추진 현황
파주시는 지난해 12월 LG필립스LCD 공장 유치를 위해 프로젝트 ‘별동대’를 구성해 적극적인 유치 작업에 나섰다. 이어 지난 1월 LG필립스LCD 사장단이 파주 현지를 방문했으며 마침내 2월 경기도와 파주시, LG필립스LCD가 본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 결정 후 파주시는 3월 산업 단지 기본 계획 용역에 착수했으며 같은 달 정부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쳐 파주 공장 설립 허용을 결정했다. 이어 4월 중앙부처 정부 지원반이 LCD 공장 예정지구를 방문했고, 이 달 하순 산업 단지 개발 기본 계획을 완료했다.
파주시는 지난 7월 산업단지 지정과 승인 절차를 거쳤으며 내년 3월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탄현면 금승리 일원 50만평에 파주첨단지방산업단지 부지 조성 공사에 나선다. 이어 2006년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을 완공한다.
파주에 들어설 LG필립스LCD 공장은 7세대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평판의 크기에 따라 세대가 구분되는 LCD는 현재 5세대까지 구미 국가 산업단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7세대 라인은 대형 TV용으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구본준 LG필립스LCD사장은 투자 결정 당시에 "파주에서는 7세대 이상의 TFT LCD 생산이 이루어진다" 며 "앞으로 파주를 세계 LCD산업의 메카로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주시는 생산 단지가 들어서면 1만여 명의 고용 증가와 5조 원에 달하는 내수와 수출 부가가치 창출로 파주 지역 뿐 아니라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군사 접경 지역에 대규모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를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투자가의 투자 불안 심리 해소와 이미지 개선, 고급 인력의 확보와 첨단 기술의 직, 간접적인 이전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파주시 측은 "고급 인력의 신도시 수용과 고용 창출로 파주시의 경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번 LCD 생산단지 유치는 경기도의 10년 외자 유치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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