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25)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카자흐스탄(상)

 지난달 5일 저녁. 기자가 탄 비행기가 기착한 곳은 카자흐스탄 남동부에 위치한 예전 수도 ‘알마아타’. 97년말 북서부의 아스타나로 수도를 이전 했지만 아직도 알마아타는 인구수나 행정기관수, 문화시설 등에서 카자흐스탄 제1 도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마중나온 차량을 타고 공항 내 입국심사대로 이동하자 나이 지긋한 한인이 기자를 반가이 맞았다.  카자흐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김 게르만 교수다.

 공항은 흡사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규모지만 입국심사를 하는 세관원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른다. 김 교수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공항에서 밤을 꼬박 샐 뻔했다. 공항 밖에서는 인터넷청년봉사단원들이 마중나왔다.

 프렌즈팀의 조용윤(팀장·숭실대 컴퓨터학부 강사), 박호병(〃 박사과정), 박용관(박사과정), 김상철(카자흐 국립대 한국학 파견교수), 스펙트라팀의 김성은(팀장·서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정석현(숭실대 컴퓨터학부 4학년), 오병운(〃 2학년), 이소일(연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등 총 8명이다. 한국에서도 내로라할 인재이자 전문가들이 이처럼 봉사활동에 대거 나선 걸 보니 무척이나 뿌듯하다.

 ◇CIS 지역 고려인을 묶는다

 다음날 국외자 거주신고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겨 봉사단이 홈페이지 컨설팅을 하고 있는 고려인청년회 사무실로 향했다.

 고려인은 구 소련시절 강제이주 당해 이 곳에 정착한 한인들과 그 후예를 일컫는 말로 까레이스키로 불린다. 고려인 청년회는 카자흐스탄 전역의 고려인 청년 10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로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고려인 청년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재외한민족 청년지도자 초청 국제대회’를 개최했었다. 이번에는 온라인 네트워킹을 위한 홈페이지(http://www.mdk-kz.tk)를 만들던 중에 봉사단의 알마아타 방문 계획을 듣고 도움을 요청했다.

청년회 회원 중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자흐스탄 외국어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 교수 독잔씨가 통역을 했다.

 청년회 회장 오가이 세르게이씨도 러시아말로 “오픈할 홈페이지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독립국가연합(CIS)에 사는 고려인 청년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싶다”며 “여기는 아직도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지만 탁월한 정보화지식을 갖춘 여러분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하지만 조용윤 팀장과 봉사단원 박용관씨는 고민스런 표정이다. “가요를 담은 MP3 파일이나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도 홈페이지에 담기를 원하는데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그렇게 만들었다간 홈페이지 뜨는 데만 반나절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한국의 발전된 IT환경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봉사단은 홈페이지 작업에 대해 좀더 고민해보기로 약속하고 다음 방문지로 향했다.

  ◇창간 80주년 고려일보 DB화

 봉사단이 고려일보로부터 부탁받은 일은 과거 발행된 신문을 디지털화하는 것. 보관의 어려움도 덜고 온라인 기사서비스도 하기 위함이다. 이미 80년치 신문의 CD화는 한국에 있는 DMC랩 김상헌 사장과 김 사장의 학교 후배들인 봉사단원들 및 카자흐스탄 국립대 한국학 파견교수 김상철 박사 등의 수고로 모두 마쳤다. 이제는 매주 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작업만 남았다. 김 박사는 “사실 연해주에서 러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당해 통한의 세월을 보낸 우리 한민족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사료”라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려일보의 IT화는 멀어만 보엿다. 허술한 건물과 열악한 시설에 인력과 자금 부족까지 겹쳐 신문을 계속 발행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전성기에 주5회 2만부까지 발행하고 직원이 60명에 이르며 구 소련 전역에서 읽히던 신문이 이제는 주 1회 3000부 발행에 기자수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고려일보 김성조 편집장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겠냐”며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끝까지 해볼 생각이니 동포로서 성심성의껏 도와주기 바란다”고 봉사단에게 당부했다. 봉사단은 현황 파악을 끝내고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보화 교육의 첨병으로 거듭나는 알마아타 한국교육원

 교육인적자원부가 세계 각지 동포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설치 운영하는 알마아타 한국교육원(원장 심상도)을 방문했다. 한국교육원은 지난 90년 11월 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설립됐다. 95년부터 카자흐 종합대학과 아바이 사범대학 및 카자흐 외국어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잇따라 개설된 한국교육원 설립이 그 계기가 됐다.

 이날 교육원은 9월부터 CIS 전역에서 30여명을 뽑아 4개월 동안 실시할 IT전문가양성교육을 위해 컴퓨터실 정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봉사단원의 임무는 IT전문가 양성교육내용에 대한 조언과 컴퓨터실의 네트워크 및 서버 정비작업이다. PC는 모두 고급사양이었지만 바이러스에 걸렸거나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작동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단원 박호병씨는 “한국에서 매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던 내가 여기와서 랜공사까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랜 케이블 속 구리선 순서를 기억해내느라 진짜 애먹었다니까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교육원에서의 작 업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봉사단의 알마아타 일정도 서서히 막을 내려 일행은 우리 동포들의 첫 강제이주지인 우슈토베와 딸띠꾸르간 방문을 위해 새롭게 짐을 꾸렸다.



<인터뷰> 김성조 고려일보 편집장

“고려일보는 구소련 전역의 한인을 정신적으로 한데 묶어준 유일한 한국어판 신문이었습니다.”

 13년전부터 고려일보(구 레닌기치)에 몸담아 온 김성조 편집장(58)은 고려일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구 소련시절 고려인들이 연해주에서 이곳으로 강제이주 당하기 전부터 발행돼 지난 6월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과거에는 공산당 기관지로서 선봉, 레닌기치 등의 이름으로 발행됐지만 91년 고려일보로 제호를 바꾼 뒤 민영신문으로 전환, 카자흐스탄 내 정치경제소식과 고려인들의 활동상을 주 1회 12면(러시아어 8면, 한국어 4면)에 담아내고 있다.

  2001년에는 한국언론재단으로부터 한인언어와 문화를 보존해온 공로로 장지연언론상을 받기까지 했지만 현재 독자층 축소 등으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존립 위기에 몰려있다.

“원래 우리말로만 만들던 것을 91년부터 러시아어로도 발행합니다. 우리말을 할 줄 아는 독자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자들이 많이 나가서 한국어판 4면 발행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온라인 홈페이지가 일종의 탈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떨지는 두고봐야지요.”

 김 편집장은 고려일보 온라인 홈페이지가 하루 빨리 개설돼 카자흐스탄 일대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전세계 재외동포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동포 2·3세들이 이를 통해 한민족의 핏줄과 뿌리를 자각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어떤 나라>

 카자흐스탄의 정식 명칭은 카자흐스탄 공화국(Republic of Kazakhstan). 지난 91년 12월 구 소련에서 독립한 독립국가연합(CIS) 12개국 중 하나다. 중국 서쪽 평원에 자리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면하고 있다. 면적은 272만 ㎢로 한반도의 12배, 남한의 27배에 달한다. 인구는 1486만명이며 카자흐인(53.4%, 793만), 러시아인(30%, 445만), 한민족(0.6%, 약 10만) 등 131개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수도는 아스타나(인구 50만명)로 알마아타(인구 115만명)에서 97년 12월 이전했다. 언어는 카자흐와 러시아어를 함께 공용하며 종교는 회교와 러시아정교가 대부분이다. 정치체제는 대통령 중심제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집권 중이다. 화폐단위는 텡게, 환율은 1달러에 152텡게.

 국민 총생산은 약 245억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은 1631달러에 불과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연평균 10%의 놀라운 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원유 가채매장량(322억배럴) 세계 7위로 최근 유정개발이 잇따르고 있어 원유수출에 힘입은 내수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의 대 카자흐스탄 교역규모는 9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다가 국내 외환위기와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등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2000년 이후 다시 급증, 지난 해 수출 1억2600만달러, 수입 7100만달러를 기록했다. 향후 유망수출품목으로는 플라스틱 수지 등 원부자재, 중소형 플랜트 및 기계류, 통신기기류, 건축자재류 등이 꼽힌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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