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걸맞은 경영마인드 갖춰라"

SO, 이제는 변해야 한다

 국내 케이블TV 산업을 이끌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SO들은 올들어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폭이 넓어지면서 산업 출범 이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 조건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자들의 경영 마인드 부족과 비도덕적 영업 행태, 법적 근거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변화를 선택해 살아남을 것이냐, 후진성을 면치 못한 채 고사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선 SO업계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SO 매출액 7887억원, 전국 1000만 가입자, 전국 사업자 수 116개. 국내 SO산업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들이다. 지난 95년 3월 48개 SO가 전국 10만여 가입자를 대상으로 본방송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을 거둔 셈이다.

 최근에는 아예 4차에 걸쳐 지역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SO 전환과 사업자간 인수·합병(M&A) 작업까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전체 SO 중 복수SO(MSO)의 매출액이 70%에 달하는 등 선진국의 시장모델을 따라잡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통부는 광대역통합망(BCN), 디지털ITV 등 중장기 인프라 사업에 SO들을 적극 끌어들이는 등 그동안 주변부로 전락했던 SO들이 점차 중심권으로 편입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SO업계 내부에서는 ‘각종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에는 통신사업자 등 대기업에 비해 경영 마인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 초기 소규모 중계유선방송사업자에 뿌리를 두고 시작한 SO들이 가입자 확대, 자가망 구축, 지역내 사업자 통합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각 기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만한 경영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MSO를 제외하고 연간 평균 60억원대의 매출에 머물고 있는 대부분의 SO들이 중장기적인 경영목표 수립이나 내실있는 수익모델 창출보다는 주먹구구식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M&A 매물이 시장에 다수 나와 있지만 정확한 가치를 산출하기조차 어렵다. SO 인수를 검토해온 한 기업의 경영자는 “최근 SO가 주목받으면서 턱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지만 이를 수긍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단순히 가입자 수뿐만 아니라 미래 부가가치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 진출을 위해 SO와의 협력을 모색중인 대형 통신기업의 한 관계자도 “SO와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늘어났지만 막상 접촉을 시도해보면 협상 진전이 매우 더디다”며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거시적 관점의 논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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