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경영요? 당연히 그렇게 가야겠죠. 지난해 말 사업계획 수립 때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관행을 깨기가 힘들더군요. 애널리스트·언론·금융권 등이 기업 평가의 잣대를 바꾸지 않는 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한 유통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
올해 사업의 기조를 ‘수익’에 맞췄는데 정작 시장에서의 평가는 딴판이었다는 불만이다.
올초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익 창출’이었다. 여기에는 변경된 회계 기준이 한몫했다. 총매출액 대신 수수료 위주로 전면 바뀌면서 더이상 ‘외형’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업계는 철저히 수익 위주로 상품 아이템을 구성했다. 새 회계 기준에 따르면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은 70% 가량, 백화점은 50∼60%, 할인점은 5∼10% 정도 매출규모가 작아졌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평가는 기대와 달랐다. 애널리스트와 금융권의 기업 가치 기준은 여전히 외형이었다. 회사 가치가 바로 총매출이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줄었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신장했는데 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실례로 최근에 분석 리포트를 발표한 LG투자증권은 총매출을 가장 큰 기준으로 TV홈쇼핑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언론 역시 매출을 기준으로 ‘순위와 점수 매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 기관은 올초만 해도 경영전략의 중심이 외형에서 이익으로 옮겨지면 재무건전성과 기업 펀더멘털 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유통업은 전통적으로 외형이 갖춰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넘지 못했다.
시장 반응이 냉랭하면서 당혹스러운 것은 당사자인 유통업체들이다. 일부 기업은 이전의 외형 위주의 경영으로 다시 선회하는 분위기다.
수익 경영은 당사자인 기업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도움이 뒷받침될 때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새 회계 기준으로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수익 경영의 불씨가 자칫 피지도 못하고 사그러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디지털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