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하면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가수란 직업이 노래하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수 지망생들은 대부분 노래를 잘하기 위해 발성·성량·음정·음색·호흡에 대해 고민하고 땀을 흘린다. 그런 것들은 가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기 때문에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음악 듣기’다. 그것은 결코 가수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며 ‘필수조건’이다. 필수 이전에 전제 조건이다. 발성을 배우고 정확한 음정을 구사하는 것에 앞서 노래를 하려는 사람은 많은 음악을 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가수로서 기본 중의 기본, 아니 기본에 앞선 ‘참 기본’이다.
성공한 선배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노래를 하는지, 어려운 대목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터득하고 앨범에 대한 접근법, 대중에게 어필하게 된 이유를 살펴야 한다. 가수, 특히 대중가수를 양성하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성가수의 음악은 지망생들에게는 지침서나 다름없다.
‘맨발의 디바’로 통하는 이은미는 말한다. “훌륭한 가수의 조건으로 첫째는 ‘좋은 귀’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잘 들어서 선배가수의 표현방법을 배워야 한다. 공식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던 나에겐 음반이 선생님이었다. 난 모든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철석처럼 믿는다.”
하지만 요즘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남의 음악을 많이 들으면 오히려 나쁜 버릇이 생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듣지 않으려고 한다”고 과격한(?) 논리를 펴는 지망생도 있다.
그들이 듣는 음악은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에게 가수의 꿈을 키워준 몇몇 가수의 음반에 불과하며 귀에 저절로 들리는 히트곡 정도에 그친다. 그러다가 노래방에서 친구들로부터 ‘대단하다’는 소리 몇 번 들으면 바로 가수의 길로 들어서려고 한다.
천부적으로 매혹적인 음색을 소유한 ‘축복사례’를 빼면 요즘 가수의 표현방식은 솔직히 그게 그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특색 있는 가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음악 관계자들은 “가수가 없다”는 푸념을 입에 붙이고 다닌다. 모두 가수가 되기 전에 음악을 충분히 듣고 고민한 사람이 태부족인데 기인한다.
오로지 성공과 스타덤에만 눈이 멀어 있다. 가수로서 철학은 아니더라도 분명한 자기세계를 보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오로지 음반을 내 기성 가수처럼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뿐이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가수라면 작곡자로부터 곡을 받았을 때 ‘이 노래 어디서 들어봤는데’하고 제시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10장 이상의 CD를 구입해 청취한다.
국민가수인 조용필은 나이 50을 넘긴 지금에도 관심이 가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그 가수의 전곡, 전 앨범을 사서 듣는다고 한다. 이에 반해 근래 가수지망생들은 너무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 가요의 발전이 가능할까.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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