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하고 익숙한 분위기입니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바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만큼 잘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저그여왕’ 김가을(25)이 최초의 여성감독이 돼 돌아왔다. 지난달 25일 소속팀인 ‘삼성전자 칸(KHAN)’의 감독으로 깜짝 부임한 것.
김가을은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봄까지 각종 여성 스타리그 무대를 휩쓸던 최고의 여성프로게이머였다. 하지만 여자스타리그가 점차 사라지면서 지난해 가을 이후에는 게임을 접고 학업에만 전념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의 공백과 선수에서 감독으로의 급작스런 신분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목소리도 차분하고 뭔지 모를 힘이 느껴지는 것이 선수로 활동할 때보다는 한참 성숙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19∼22세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칸’에서 최연장자인 그녀는 ‘왕언니’로 불렸다. 그만큼 그녀를 큰누나처럼 따르는 선수들이 많아 이미 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 팀은 창단 목적이 다른 팀하고는 많이 달라요. 무명선수들에게 스타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아직 신인급 선수들이 많아요. 효율적인 연습체계를 만들어 팀을 보다 효율적으로 밀착관리할 생각이에요.”
그녀는 ‘삼성전자 칸’ 선수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기관리를 잘하고 실력도 좋다는 점을 꼽는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큰 무대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이 부족해 좋은 성적을 못내고 있을 따름이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특히 팀내의 유일한 여자선수인 김영미(22)에게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같은 여자라는 입장을 떠나서 남자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해 성적을 거두겠다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보이는 모양이다.
그녀가 선택한 첫번째 방법은 개인 면담. 요즘 선수들을 한명씩 따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왕언니’로서 후배를 만날 때와 감독으로서 선수를 만날 때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
“평소에는 함께 어울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지만 면담을 할 때는 그럴수가 없어요. 감독의 입장에서 해줘야 할 얘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저에게 삐친 선수도 있어서 걱정이에요.” 요즘 그녀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반인 그녀는 대학생활이 7년째다. 중간에 프로게이머 활동을 위해 휴학한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군대를 갔다가 복학한 남자동기생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취직준비로 바쁘고 자신도 새로 맡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정신이 없어 함께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게임과 관련한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했다. 혹시 게임업체를 설립할 계획인가하고 넘겨짚자 “커다란 줄기는 세웠지만 아직 가지를 그리지 못해 어떤 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일단은 프로게임단 감독일에 매진할 생각”이라고만 밝혔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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