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경쟁력 IT화에 달렸다](하)체질개선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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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력시장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차라리 해외시장에서 성공모델을 만든 후 역으로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게 나을 듯싶어요.”

 최근 대표직까지 내놓으며 수출에만 주력중인 한 원격검침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전력IT화의 첨병인 이들이 세계 7대 전력강국 대한민국을 등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점=현재 우리나라 전기·전력시장은 한해 28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한전이라는 거대 공룡 공기업의 조달, 즉 ‘관수시장’에 의해 좌우된다. 어렵사리 전력 민영화가 추진된다 해도 이같은 구도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따라서 아무리 첨단IT를 접목해 지능형 디지털화 전력기기제품을 개발·출시해도 기존 조달관행에 익숙해 있는 한전이 움직여주지 않는 한 결국 무용지물이다. 한전 자재관리처 창고마다 쌓여 있는 변압기나 계량기, 각종 전선 등 대다수 전력기기는 60∼70년대 개발된 이후 별다른 기술진보없이 지금도 생산중인 제품이다.

 최근 산자부가 한전 산하 전력연구원에 용역 의뢰한 ‘전력산업 IT화의 효율적 추진정책에 관한 연구’의 최종보고서에도 ‘전력은 기간에너지로서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주요 자원이므로 전력정보의 보안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나 최근 IT의 수용측면만 강조한 나머지 많은 부분에서 전력정보보안이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돼 있다. 전력은 그 특성상 ‘안정성’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화를 강조하는 IT의 접목에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선 디지털 전력기기 업계의 얘기는 다르다. 강재석 옴니시스템 사장은 “베트남 등 혹서국 등지에 수출돼 옥외장소에서 정상 작동된 디지털전력량계도 한국에만 오면 안정성을 의심받는다”며 국내 전기·전력업계의 지나친 보수성향을 아쉬워했다.

 ◇대안=전력IT화는 일단 전력기기의 IT화부터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복잡한 단계에 민영화 문제까지 맞물려 있는 전력계통 IT화보다 당장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수시장의 단맛에 길들여져 첨단 신제품 개발을 등한시하고 있는 국내 전기·전력 관련 대기업들의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이들 기업의 막강한 자금과 조직력을 동원, IT 접목 전력기기 개발과 연구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전력IT는 결국 계통상의 IT화로 귀착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정부차원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과 맞물려 IT화 역시 꾸준히 진행시켜야 한다. 특히 산자부가 최근 설립을 추진중인 ‘전력IT센터(가칭)’는 구조개편에 따른 전력주체의 난립으로 점차 복잡·다원화될 국내 전력산업의 정보통신자원을 효율적으로 일원화시킨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각 전력주체들의 공동 참여를 전제로 하는 이 센터는 전력IT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돼 온 ‘안정성’ 문제에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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