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야기-강진 고려청자 기행 박혜강 지음 배꼽마당 펴냄 

 고려청자는 우리나라 문화예술품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자랑거리다. ‘고려비색 천하제일’로 알려져 있듯 ‘한국의 미’인 고려청자의 비색은 말 그대로 ‘천년의 신비’ 그 자체다. 청자의 비색은 흙과 불의 조화만이 아니라 흙과 불을 주물렀던 도공들의 땀과 혼의 결정체다. 청자는 물건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이름 없는 도공의 애환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삶과 소원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천년의 꿈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고려청자, 그 중에서도 강진 고려청자를 만나기 위해 ‘청자의 성지’인 강진을 찾아 길을 나선 중진작가 박혜강의 청자기행 산문집이다.

 고려청자가 우리나라 중세미술을 대표한다면 강진은 그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청자골’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강진군 홈페이지(http://www.gangjin.go.kr)에 들어가면 ‘청자골 강진군’이라는 말과 함께 청자를 의인화한 청낭자와 청도령을 볼 수 있다. 저자는 강진이 왜 ‘청자골’이 됐는지를 밝혀내면서 강진의 고려청자 문화를 소개한다.

 이 책은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청자라는 특정 주제를 안고 있는 ‘주제기행’이면서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역사기행’이기도 하다. 또 그 옛날 청자를 빚어냈던 이름없는 도공들과 오늘날 청자 재현을 위해 애오라지 노력하는 도공들의 ‘인물기행’이기도 하다.

 특히 주요 청자 및 여행 사진뿐 아니라 답사를 위한 지도, 도요지 연표, 가마터 현황, 청자 제작과정과 청자관련 용어해설까지 담겨 있어 ‘한 권으로 끝내는 청자의 문화유산 답사기’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고려청자와 여러모로 연관성이 있는 강진 무위사·월남사지·정수사·완도 청해진을 소개하면서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책 곳곳에 청자와 관련된 고금의 전설이나 설화, 시 등을 끼워놓았다. 아울러 여러 전문가의 의견과 사진을 곁들여 저자 나름대로 구성한 ‘재미있는 명품이야기’를 수록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 눈길을 끈다.

 우선 ‘궁복인가, 장보고인가?’편에서 청해진 대사인 장보고의 이름을 원래 우리나라 이름인 ‘궁복’으로 표기하면서 ‘청해진 대사 궁복=청자의 아버지 궁복’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만큼 궁복의 청해진이 고려청자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또 ‘청해진 옛터, 장도는 말이 없다’와 ‘정수사와 이름없는 도공’편에서 고려청자와 청해진, 고려청자와 정수사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야 하며, ‘고려시대 무명도공조상위패’를 예로 들어 이름없이 사라져간 고려도공들의 추모비나 사당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강진 청자박물관에 강진산 청자명품은 없다’편에서 강진산 고려청자를 강진군 한군데로 모아 세계적인 청자박물관을 만들자고 역설한다.

 한편 저자는 고려청자가 세계적인 자랑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청자에 무지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나타낸다. 예컨대 상감청자에 대해 ‘상감마마가 썼던 그릇’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그래서 인지 책을 통해 독자들이 고려청자와 친밀감을 갖는 계기를 제공하고 우리의 문화의식을 고양시키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바람은 청자의 비색 만큼이나 소박하다. 328쪽. 9000원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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