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CDMA시장 진출을 준비중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를 교차 라이선스 관련 계약 위반으로 제소하면서 향후 TI의 대응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퀄컴의 라이선스 없이는 CDMA칩을 제조·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TI가 당초 3분기로 발표한 cdma2000 1x 칩세트 공급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퀄컴과의 문제 해결 없이는 LSI로직·필립스반도체 등처럼 CDMA 시제품을 내놓고도 시장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TI가 노키아-ST마이크로라는 강력한 우군을 갖고 있는 만큼 맞소송을 해서라도 이번 상황을 정면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CDMA 칩세트 공급 어떻게 되나=TI측은 cdma2000 1x 칩세트 공급일정에 대해 “변동없이 당초 계획대로 간다”고 밝히고 있다. 내달까지는 시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는 아직 TI로부터 칩을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지난 5월 말 TI 본사의 CDMA사업 책임자가 방한, 향후 개발 계획과 영업전략만 전달받았을 뿐이다.
휴대폰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퀄컴이 TI의 CDMA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만큼 TI가 칩 개발을 완료해도 라이선스 문제 해결 없이는 시제품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오넥스가 CDMA-WCDMA 듀얼모드 모뎀칩을 개발하고도 퀄컴 라이선스를 확보할 때까지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이에 대해 TI측은 “판결이 난 것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ST마이크로측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중”이라고만 밝혔다.
◇TI-퀄컴, 맞소송할까=이처럼 양사가 대립국면으로 치닫자 업계에서는 양사가 어떤 해결 키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TI가 퀄컴이 건드리기에는 상당히 큰 기업이지만 상호비밀유지 조약을 먼저 위반한 만큼 향후 소송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TI가 이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조만간 맞소송이나 물밑협상 등 새로운 대응방안을 만들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사가 파국으로 치닫기에는 상호 출혈이 너무 커 모종의 합의를 내올 것이라는 것.
더욱이 양사가 지난 2000년 맺은 합의 내용이 TI의 DSP 기술을 퀄컴이 쓰는 대신 CDMA 반도체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해 TI에도 상당한 카드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퀄컴이 그동안 MSM 칩세트내에 QDSP를 통합해 원칩화하는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아 TI가 기술도용 등으로 맞소송하면 MSM 칩세트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문제가 커질 소지가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TI가 자신의 고유영역이었던 GSM시장에 세를 뻗치는 퀄컴을 견제하고 4세대 이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CDMA사업 추진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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