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업체 여성인력비율 50% 육박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의 D램 산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놓은 뒤에는 여성의 세밀한 손놀림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언제), 한국이 일본을 누르고 D램 1위에 오르자 일본의 유명한 노무라증권연구소에서 내놓은 분석자료의 일부다.
최근 하이닉스를 인수하려 한 미국 마이크론사도 한국 젊은 여성인력의 공정기술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에는 40대 이상 지역 주민이 팹(Fab)의 주요 인력들로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여성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부아남전자 등 주요 반도체 소자업체의 여성인력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99년 전체 직원의 42.7%, 2000년에는 48.6%가 여성인력이었으며 회사위기 이후에도 2001년 41.7%, 2002년 44.0%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과거엔 여성인력 대부분이 오퍼레이터(생산인력)였으나 최근엔 사무직,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관리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올 3월 삼성전자에서는 공채 출신 여성이 처음으로 부장으로 선임돼 화재가 됐다.
지난 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반도체 관련 기획, 조사 업무를 맡아 온 디바이스솔루션 네트워크총괄(DS) 기획팀의 황미정 부장은 “첫 여성 공채 출신 임원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하이닉스는 전체 인원의 2% 정도가 R&D 인력에 여성을 배치했다. 메모리연구소 소자담당 분석개발팀의 이순영 부장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잘 맞기 때문에 외국처럼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4급 이상 기술 사무직 190여명을 대상으로 매년 여사원콘퍼런스(WBC)를 개최한다. 이 행사를 통해 여사원간 사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여성 리더 양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여성 임원 배출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반도체 회사에 여성인력이 절반에 육박하다보니 결혼한 여성을 위해 회사에서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경기 파주의 ASE코리아가 대표적인 경우로 과거 모토로라 시절부터 운영, 회사의 전통으로 뿌리내렸다.
이화여대 전자공학과 신형순 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성장에 여성이 큰 역할을 했으나 조명을 받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설계인력을 집중 양성하고 있어 SoC 시대엔 여성 벤처, R&D, 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