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한 대가 312억원.’
반도체 및 LCD 제조업체가 차세대 공정기술 도입을 위해 장만하고 있는 장비 가격이 웬만한 빌딩값을 호가해 화제다.
삼성전자가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업체 ASML로 도입한 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모델명 AT 1200B)는 권장구매가가 2400만달러(한화 312억원)에 달한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년간 벌어들이는 1300만달러에 두 배 가까운 ‘몸값’이다.
차세대 LCD 제조용 장비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
이달말 장비발주가 예상되는 LG필립스LCD 6세대(1500×1850㎜) 장비의 경우 노광장비 한 대가 1500만달러(195억원) 이상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착장비인 화학기상증착기(CVD)도 1200만∼1300만달러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보통 양산라인 하나에 10여대의 장비가 설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장비별 구매가가 2000억원을 넘는 게 예사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장비 개발비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투입되기 때문. 장비업체들로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장구매가를 모두 지불하고 장비를 구매하는 소자업체들은 드물다. 가격 네고 과정에서 항상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절반 가량 깎는 게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ASML을 제외한 모든 장비업체들이 지역별·업체별 다른 가격리스트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D램업계 최강자인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장비를 구입하는 업체로 정평이 날 정도다.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나노급 미세공정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나 6·7세대 LCD 핵심장비의 경우 아직 개발할 수 있는 업체가 2, 3개 밖에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면서도 “지금처럼 반도체 경기가 바닥일 땐 장비 가격할인폭이 40∼50%에 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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