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겨울, 고려대 물리학과 4년생인 남장호씨(45)는 여느 취업준비생과 마찬가지로 직장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초 남씨는 반도체 분야로의 취업을 원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통신장비업체에 취업하게 됐다. 먼저 입사한 친구들의 말과 회사측의 비전을 들어본 순간 통신장비에 대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그 회사는 대우통신에서 머큐리로, 취업준비생 신분인 남씨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통신장비업체의 개발자로 우뚝 서게 됐다.
머큐리 개발1팀의 남장호 팀장은 비록 순간적으로 선택한 길이지만 한차례의 흔들림없이 18년간 머큐리에 근무하며 통신장비 개발자의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남 팀장은 우리나라 전화교환망의 일대 혁신을 가져온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입사 후 TDX 개발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었던 ‘TDX-1A’의 탄생을 지켜보며 개발자로서의 꿈을 키워나간 남 팀장은 이후 ‘TDX-1B’ ‘TDX-10’에서 ‘TDX-100’에 이르기까지 국내 TDX 개발과정에 참여했다.
그동안 TDX의 용량이 2만∼4만 회선에서 10만, 20만회선 규모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남 팀장의 역량도 함께 커 지금은 어느덧 19명의 팀원을 거느린 팀장의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아무리 팀장이라 하더라도 개발자로서의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법. 남 팀장은 작년 가을, 1년여 동안 멀리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새도록 마셨던 술은 자제하고 있는데 담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찾게 되더군요.”
내후년이면 개발자 생활 20년째를 맞는다는 남 팀장은 요즘 다소 허무함에 빠지기도 한다. 입사 초기에 반전자교환기를 대체하며 통신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TDX가 이제는 NGN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밀려 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의 흐름이 정말 빠릅니다. TDX가 각광받던 시절이 엊그제같은데...”라는 남 팀장의 말에서 자신의 젊음을 바친 TDX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묻어났다. 그렇다고 남 팀장이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남 팀장은 올해 초부터 IP기반 통신네트워크 장비개발에 매진하며 제 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남 팀장은 “어차피 개발자란 새로운 장비를 끊임없이 개발하는게 사명이니 만큼 새로운 추세인 IP장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강한 도전의지를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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