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하반기 설비 투자 왜 늘리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올해 업종별 설비투자 기상도

 13일 발표된 ‘2003년도 설비투자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계획’ 조사 결과는 상반기중 이라크전·북핵·사스 등으로 위축됐던 기업의 투자심리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해소 및 정부의 규제완화 무드를 타고 공격적으로 전환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 산자부의 ‘하반기 주요 업종별 전망’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하는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R&D와 정보화 투자 등 미래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조사돼 투자가 질적인 면에서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제품 생산 및 기존 설비확장 투자 등 생산투자도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를 반영하며 지속적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업종별 매출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 위주의 조사결과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투자증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한국전력·삼성전자·LG필립스LCD·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상위 5대 기업이 200대 기업의 설비투자 전체의 약 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설비투자가 대기업에 집중돼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중소기업 설비투자 전망과 최근 창업·신설법인 동향을 종합적으로 놓고 볼 때 중소기업 투자는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투자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전=이라크전 종결이후 수출이 증가하고 고부가가치 최신형 전자제품의 수요증가 기대로 전체 투자규모의 절반 이상이 설비유지 및 신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에 집중돼 상반기 투자액은 12.7% 늘어났다. 하반기에도 경기회복 및 수출증가 기대로 핵심사업에 대한 선택적 투자 및 저수익 분야에 대한 투자 최소화 등 투자의 질적 측면 개선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하반기에는 19.3%의 증가가 예상된다.

 ◇반도체=상반기에는 PC, 휴대폰 수요증가에 따라 기존 설비확장, 합리화 및 정보화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32.2%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신증설(2조원), LG실트론의 신공장 건설 및 신제품 개발(350억원)이 중심을 이뤘다. 또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LCD개발(1조5000억원), 동부아남전자의 미세회로기술 개발(1758억원)을 비롯해 기존 설비확장 및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자부품=상반기에는 전자부품 수출호조에 따른 기존 생산라인의 신증설 및 정보통신기기 부품용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돼 전년동기에 비해 135.3%나 증가했다. 하반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의 투자가 ㅁ낳아 21.1%의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집계됐지만 합리화 및 연구개발 설비투자가 확대돼 지난 상반기에 비해서는 19.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수출증가와 내수시장에서의 신제품 무선통신기기에 대한 수요증가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상반기에는 23.0%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소폭의 감소세를 보이긴 하겠지만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 및 공급량 증가를 위한 생산설비 위주의 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포함)=상반기에 이어 자동차 부문 및 연구개발 설비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년동기 대비 43.2% 증가한 1조898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현대자동차의 경유승용차 엔진개발(1400억원)과 기아자동차의 디젤엔진공장 신설(1600억원), 만도기계의 ABS라인증설(154) 등 신제품 생산 및 기존 설비확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기타=석유화학·일반기계·정밀화학·제지업종의 경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전기기·타이어·시멘트 업종은 상반기 감소세에서 하반기 증가세 전환이 예상된다. 또 섬유·에너지 업종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조선업종은 상반기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이밖에 항공·철강·비철금속·신발·유통업종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