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플라자]VIP 고객 대상의 타깃 마케팅 확산일로

 “1%의 소비자가 전체 시장의 30%를 좌우한다.”

 백화점·양판점·집단전자상가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최근 소비수준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VIP 마케팅’ 혹은 ‘귀족 마케팅’으로 불리는 타깃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귀족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부터다. 당시 자동차·패션업계는 IMF 여파에 따른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비를 늘리던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벤츠·BMW 등 수입명차와 프라다·샤넬·루이비통·페라가모 등의 고가 유명 브랜드를 앞세워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처럼 과거 자동차·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귀족 마케팅이 최근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백화점·양판점·집단전자상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점과 목동점은 VIP카드 소지자인 우량고객 전용 휴식공간인 ‘VIP룸’을 운영하고 있다.

 VIP룸을 찾는 고객에게는 음료나 스넥류를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첨단 PDP 홈시어터 시스템을 통해 각종 패션정보를 제공한다. 또 이곳에는 구입한 의류를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과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룸’이 설치돼 있어 여성 고객들이 자주 이용한다.

 최근에는 한달에 한번 50만∼1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스킨케어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고 VIP 고객 중 일부를 초대해 ‘패션쇼’도 열고 있다.

 이 외에도 1%에 해당되는 고객에게 VIP 마케팅 차원으로 명절이나 중요한 시즌에 와인·치즈·멸치 등을 직원이 직접 찾아 전달하는 감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이 VIP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은 이들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 백화점 관계자는 “상위 5% 소비자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서비스가 다른 고객에 비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매출액 기준 상위 5% 이내의 고객을 VIP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상위 20%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월평균 200만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전체 20% 가량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70%를 좌우한다”면서 “특히 이들은 대략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VIP 대상자는 상위 5% 정도다.

 백화점에 뒤질세라 최근에는 하이마트·전자랜드·테크노마트 등 양판점·집단전자상가들도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종전에는 가격에 의존한 주먹구구식의 마케팅을 벌였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한 가격노출이 심화되면서 이제 가격 메리트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랜드·하이마트·테크노마트 등이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선 것도 타깃 마케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상후 테크노마트 부장은 “CRM은 고객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집, 다양한 기준에 의해 분석하고 통합하여 고객 특성에 기초를 둔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지원하며 평가하는 과정”이라며 “신규고객과 우수고객을 유지해 평생고객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개별 전자매장에서도 이러한 타깃 마케팅을 갖고 있다.

 전자랜드 강남점 디지털팰리스는 주변 주상복합아파트단지 반상회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급아파트단지 반상회에 찾아가 디지털제품 시연회도 갖고 사은품을 전달하고 있다.

 테크노마트의 PC매장인 네오멀티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 고객 기념일 관리, 신제품 관리,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단골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자기 점포의 행사뿐만 아니라 테크노마트 전체 행사나 층별로 이뤄지는 세일행사를 일괄적으로 취합한 ‘세일행사 달력’을 고객들에게 유무선으로 고지해주고 있는데 호응이 높다.

 또 단골고객의 경조사나 기념일 등을 챙겨서 축하메시지와 주차할인권을 보내기도 하고 PC를 구입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제품에 쌓이는 먼지를 제거하는 압축공기 스프레이 캔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소비규모가 크다고 이들이 VIP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신세계백화점 홍순상 과장은 “일시적으로 높은 매출을 올린 경우는 단골이 아니기 때문에 VIP에서 제외된다”며 “이탈없이 장기적으로 매출이 꾸준한 VIP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매출과 구매횟수가 모두 많아야 VIP 고객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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