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10)미래의 배우 ‘애니메이터’

 ‘3D 애니메이터’라고 하면 컴퓨터를 잘 아는 ‘기술자’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는 기술자라기보다는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에 더 가깝다. 기술은 기본적인 것이고 얼마나 개성있는 캐릭터의 동작과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연기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유능한 애니메이터들은 감독이 만들어 놓은 콘티의 방향을 제대로 분석한 후 애니메이터 나름의 시각과 애드립을 섞어서 캐릭터를 재창조한다. 영화속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을 자신이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그래서 미국에서는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애니메이터’가 선정된 사례도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허구에 바탕을 둔 장르다. 하지만 영상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줄 때 비로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들어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소심한 아빠 물고기가 잠수부에 잡혀간 니모를 찾기 위해 온갖 모험을 펼치는 모습들은 허구적이면서도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묘한 상상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리고 실제보다 훨씬 더 크고 과장된 동작이나 감정이 들어간 캐릭터일수록 우리는 애니메이션에서 더욱 현실감을 얻기도 한다.

 특히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기술력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영상표현의 한계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애니메이터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픽사·드림웍스 등에서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의 큰 성공으로 후속 제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역량있는 애니메이터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2D 애니메이션이 강했음에도 하청 중심의 산업구조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힘든 단순작업이 대부분이라 이같은 강점이 묻혀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애니메이션 창작 기반이 만들어지고, 해외에서 한국의 기획·제작능력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애니메이터의 역할이 점차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고유한 이론 정립과 체계적인 교육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학교나 학원 등에서 애니메이터들에게 기술적인 부분만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다. 한국이 애니메이션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애니메이터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창작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대물림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터는 결국 제2의 영화배우나 다름없다. 보이지 않는 배우인 애니메이터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또는 여우주연상을 받게 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수훈·삼지애니메이션 대표 ceo@sa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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