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은 8일 밤 진통끝에 중국과 차세대 IT산업·생명공학·신소재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의 협력강화 등 11개 항의 공동성명에 최종 합의하고 이를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에 들어갔다.
중국 국빈방문 사흘째를 맞은 9일에도 노 대통령은 칭화(淸華)대학 연설과 베이징 현대자동차 시찰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노 대통령은 9일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가진 동행기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국산업의 공동화위기론에 대해 “중국의 급성장과 이에 따른 국내기업 생산시설의 중국이전을 막을 다른 선택은 없다”며 “한국도 이제 품질국가로 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생산제품뿐 아니라 정치와 행정 등 모든 것을 망라해 한국이 품질국가로 업그레이드만 되면 인적 자원이나 지금까지의 성장 노하우 등으로 미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따라서 ‘우리 하기 나름’이며 이 점에서 한국의 산업공동화는 아직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현대화에 대응한 노 대통령의 이같은 소회는 향후 국정과제 추진의 우선순위가 국가경쟁력 확충전략에 두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만달러시대는 차치하고 중국과의 비교경쟁우위를 위해서도 차세대 성장동력원 발굴 및 이에 대한 전략적 집중은 더이상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준비작업에 치중했던 이공계 살리기를 골자로 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에 역점이 두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을 이례적으로 직접 맡는 등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위한 직접적 행보에 나선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노 대통령은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 인사개혁을 추진, 이공계 출신 인사를 국가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지위에 대거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사개편에서는 장관을 비롯한 정무직 인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 검증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과 함께 차세대 성장동력원 발굴 및 기술혁신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따라서 막바지 조율작업에 들어간 차세대 성장동력원 발굴 및 이의 전략적 추진은 앞으로 국정과제의 전면에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중국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인 칭화대학을 방문,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중협력’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우리끼리 경계하고 불신하는 동안에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자국만의 이익, 소아(小我)의 울타리를 넘어 대동(大同)의 새 역사를 일궈가야 할 때”라고 말하며 대동의 동북아공동체를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현대차의 중국합자기업인 베이징현대자동차(이하 베이징현대기차) 현지공장을 방문, 임직원을 격려하며 “시작단계에 있는 이번 합작사업을 잘 운영해 한·중 산업협력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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