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벤처CEO 포럼]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살아남는다

 전자신문사와 벤처기업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제2차 벤처CEO포럼’이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됐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벤처의 재도약(Ventures! Wake up & Run!)’이란 주제강연과 패널토의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업계의 활로모색과 향후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의 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사회: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패널:안철수 안연구소 대표, 이상헌 텔레포스 대표, 이택 전자신문 부국장, 이해진 NHN 대표, 한정화 한양대 교수

 

 ◇한정화 교수(한양대)=벤처산업에 대해 너무 비관적 시각이 많습니다. 생산성이 낮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은 벤처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탕을 만들던 삼성이 40여년 만에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된 것처럼 지금은 규모가 작고 영세하지만 나중에 화려한 변신이 가능한 게 벤처입니다. 문제는 규모와 생산성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지나친 개입의 부작용을 만들었다면, 새정부는 지나치게 소극적입니다. 창업 활성화에는 10년 이상이 필요한데, 현 정부가 이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코스닥과 거래소 통폐합 논의 등을 볼 때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닥에 대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진대제 장관=벤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벤처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벤처와 스타트업컴퍼니는 구분해야 합니다. 벤처라고 해서 항상 스타트업 규모로 영세해서는 안됩니다. 매출이 100억원 이상 넘는게 6%밖에 안되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이들이 언제 성장해 세계 기업들과 경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스타트업 기업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를 국제경쟁력이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하나의 대표기업이 만들어지면 그 밑에 먹고 사는 무수한 기업들이 생깁니다. 많은 봉우리가 있어야 훌륭한 산맥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안철수 대표(안철수연구소)=소프트웨어산업은 시장이 건전하게 육성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시장·세계화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영화나 전통산업처럼 스크린쿼터제나 관세장벽이 없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날 수 없습니다. 경영·세계화의 위기는 기업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시장문제는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소프트웨어 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무었입니까.

 ◇진 장관=그 부분에 대해 관심도 많고, 앞으로 2만∼3만달러를 가기 위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불법복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단속 공무원에게 경찰권을 주기 위한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인력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입니다. 최고의 고급인력으로 치는 소프트웨어 종사자 14만명의 수출기여는 겨우 6억달러입니다. 휴대폰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500명만 더 있으면 1조원을 더 수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수 소프트웨어 인력들을 활용하고 재배치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는 고민할 것입니다.

 ◇이상헌 대표(텔레포스)=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안정적인 자금이 필수적입니다. 또 우수한 기술을 마케팅, 수출지원을 위해 종합상사 같은 역할을 해줄 곳이 필요합니다. 마케팅 주체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 설립 혹은 지원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까.

 ◇진 장관=긴호흡 투자에 대해 공감합니다. 새로 결성하는 코리아IT펀드의 경우 존속기간을 7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건 최대한 돕도록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공통의 장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CRM화하기 위한 DB구축 등의 사업을 한국무역협회 등과 논의중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부가 토대를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기업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택 부국장(전자신문)=벤처업계의 핫이슈인 M&A 관련제도는 최근 정부의 전향적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 일이 급한 벤처의 입장에서 또다른 핫이슈인 보조금과 대기업의 투자유인책은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같은 취지에서 자동차나 디지털TV, 에어컨 등 다른 분야에서는 한시적 특소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데 소비촉진과 벤처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풀어주실 생각은 없읍니까.

 ◇진 장관=단말기 보조금에 관련된 법이 시행된 게 지난 3월입니다. 법이 만들어진 데는 그에 맞는 큰 틀의 취지가 있고 모든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법의 큰 정신 아래서 예측 못한 환경이 발생하거나 산업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여러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측못한 상황으로 재고 단말기가 쌓이거나 WCDMA 등 새 서비스가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해진 대표(NHN)=저희 회사에 방문하시기로 하고 취소를 몇 번 했는데 야후의 설립자인 제리 양이 왔을 때는 만났습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의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또 새로운 인터넷 포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스크린쿼터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업체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궁금합니다.

 ◇진 장관=될 수 있으면 개별 회사를 방문하는 것은 안하려고 합니다. 자칫 잘못 비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다국적기업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특별한 편파적인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 기업이 더 건실하게 성장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소망입니다.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니까, 특별히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경쟁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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