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여건 조기 호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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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회복(U자형)과 침체 지속(L자형)의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무르는 등 당분간 불안의 늪을 헤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산업별로는 반도체 경기는 회복될 전망이나 가전·정보통신·유통·자동차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 ‘2003년 하반기 경기전망과 현안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여건의 조기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은 선진국이 경험한 1만달러의 함정과 유사하며 우리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상실할 경우 남미형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거시경제전망=소비·투자·서비스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되고 수출 증가세도 둔화된 상황에서 그동안 선전하던 휴대폰, 디지털TV를 포함한 전 업종으로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의 영향이 파급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구조조정과 수익 중심 경영에 힘입어 최고의 성과를 시현했던 기업실적도 경기둔화·유가상승·환율불안·반도체가격 하락 등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로 악화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는 정부의 경기대책과 대외 여건개선이 기대되고 있긴 하지만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스 여파가 3분기에도 지속되고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제약되면서 하반기 수출이 2.1% 증가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둔화의 여파와 내수부진에 따른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의 감소로 수입증가세 역시 4.7%로 둔화돼 무역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하반기 34억달러, 연간으로는 46억달러 정도로 예상되며 경상수지는 하반기 28억달러, 연간 33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업종별 산업전망=우선 반도체는 신제품 PC 출시에 따른 추가 메모리 수요가 발생, D램공급 과잉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스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 PC 유통업체들이 8월 성수기에 대비, 메모리 확보에 나선 것도 좋은 징조다. 올해 세계 PC출하량은 전년대비 9.4%가 증가하며 기본 메모리는 DDR400의 경우 512MB급으로 완전 교체될 전망이다.

 반면 정보통신부문은 시장성숙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큰 폭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의 경우 수출은 사스 진정세로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가 기대되지만 세계적으로 3세대 무선통신 서비스에 대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미국 통신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고전이 예상된다. 수익성 악화는 미국지역의 광대역 통신망 보급의 지연도 불러올 전망이다.

 가전 역시 디스플레이 제품의 세대교체로 다소 성장이 예상되나 불경기에 따른 구매력 저하현상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내수판매 부진이 예상된다. 유통도 카드채와 가계부채, 고용불안 등 악재가 많아 고전이 예상되며 자동차는 특소세 개편설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차 구입 연기가 하반기에도 잇따를 전망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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