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90nm 생산성` 놓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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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가 90나노미터(㎚)급 공정의 수율을 놓고 또다시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진앙지는 반도체업계에서 최첨단 공정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업체들. 최근 내한한 벤 리 알테라 아시아태평양(AP) 사장<사진>은 “경쟁사가 300㎜ 웨이퍼에 90㎚ 공정을 먼저 도입해 최저가의 FPGA를 공급할 수 있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아직 양산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발표가격 실현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율도 안정되지 않아 200㎜ 웨이퍼-130㎚(=0.13㎛) 공정과 비슷한 원가경쟁력을 갖추려면 2005년 초까지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리 사장은 “이 때문에 알테라는 앞으로 2년간 볼륨 제품 생산에는 200㎜-130㎚ 공정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FPGA업계 2위인 알테라는 대만 TSMC를 주력 파트너로 연간 7억∼8억달러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를 생산, 공급하는 팹리스(fabless)업체로 수천만게이트급 통신용 FPGA 개발에 최첨단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자일링스는 이같은 알테라의 주장에 대해 “2위 업체의 변명”이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샌 딥 비즈 자일링스 마케팅담당 부사장<사진>은 “현재 자일링스는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130㎚-300㎜ 공정을 적용하고 있고 전세계에서 300㎜ 웨이퍼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업체”라며 “협력업체인 IBM과 UMC가 90㎚ 공정에서도 수율이 점차적으로 향상돼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130㎚를 대체해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즈 부사장은 “나노미터급 미세회로공정으로 갈수록 선행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규모의 경제 단위를 구입할 수 있는 선두업체와 2위 업체와의 원가경쟁력은 차이는 급속히 벌어질 것”이라면서 “수율문제도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먼저 투자하고 안정화한 쪽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향후 90㎚급 이하의 공정 투자에서 성공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분야별 1위인 자일링스-IBM-UMC 연합군(FPGA), 삼성전자(메모리), 인텔(CPU),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90㎚-200㎜ 웨이퍼 공정을 적용한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생산을 시작했으며 인텔은 내달부터 90㎚-300㎜ 공정을 적용해 새 ‘펜티엄4’ CPU ‘프레스콧’ CPU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론상으로 90㎚를 적용하면 기존 130㎚보다는 2배 이상의 생산량 증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재료·장비 등의 구매가와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보면 회사마다 생산성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누가 먼저 안정적인 수율과 대규모 양산물량을 확보하느냐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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