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 채권단 2조 3000억 출자전환 결의

SK글로벌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은 17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김승유 행장 주재로 전체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어 2조3000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골자로 한 채무 재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한때 법정관리 위기까지 몰렸던 SK글로벌은 대주주인 SK㈜의 매출 채권 출자 전환에 이어 국내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 지원까지 성사되면서 적정 자본 구조를 확충,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통과된 채무 재조정안의 주요 내용=채권단의 출자 전환 규모는 당초 1조7000억∼1조8000억원선으로 예상됐으나 캐시바이아웃(채권액의 30%를 받고 나머지는 탕감)에 참여하는 기관이 예상 외로 많지 않아 출자전환 규모가 늘어났다. 만약 캐시바이아웃에 참여하는 채권 기관들이 많았다면 채무 면제 이익이 커지면서 나머지 채권기관들의 출자 전환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에 확정된 캐시바이아웃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2조원의 절반 정도인 1조257억원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투신권에 대해선 한번더 CBO 신청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데다 해외 채권단의 CBO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현재로선 정확한 출자전환 액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SK글로벌의 기존 채권에 대해선 SK글로벌의 정상화 기간인 2007년말까지 상환청구를 유예하고 단기 대출은 중장기 대출로 전환키로 했다. 또 SK글로벌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해 외화 6억달러, 당좌대출 250억원 범위내에서 한도대출을 설정, 회전 운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2007년까지 만기연장한 일반대출에 대해서는 연 5.0%, 외화대출은 리보(3개월)+1.5% 등 이자율도 조정했다.

 ◇향후 일정=채권단은 SK글로벌의 채무재조정안이 전체 협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번주중 운영위원회를 열어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은행들을 새로 구성하고 SK글로벌에 파견돼 있는 자금관리단도 일부 교체할 예정이다.

 특히 채권단은 SK글로벌 경영진을 선출하기 위해 채권단과 관련 없는 외부인사들로 짜여진 경영진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SK글로벌의 새로운 대표이사에는 정만원 현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확약서 논란, 새로운 걸림돌 부상=SK텔레콤은 16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갖고 SK㈜와 채권단이 제시한 SK글로벌 정상화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끝에 “SK글로벌과의 거래는 SK텔레콤의 경영효율 및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통상적인 상거래 지원에 한해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표문수 사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 등 모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4시간 30여분간 계속된 이날 이사회는 또 SK글로벌 정상화 협력방안을 확약서로 써서 제출하라는 SK㈜측 요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주력사인 SK텔레콤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다른 그룹사들의 지원여부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향후 SK글로벌의 정상화는 물론 SK그룹 전체의 진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계열사 주주 반발, 새 국면 예고=SK㈜의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17일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상업적·도덕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손길승, 최태원, 김창근 이사가 SK㈜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소버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SK㈜ 이사회는 SK그룹의 해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비춰볼 때 SK㈜는 주주와 종업원 및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이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이 자명해졌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소버린은 “이들 3명의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한 회사의 신뢰도는 손상될 것이며 회사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수행하고 금융 지원을 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버린의 대응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계열사들이 SK글로벌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의 입장 표명은 다른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 일단 ‘소나기를 피하려고 취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큰 산은 넘었지만 아직까지 넘어야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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