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장 中 휴대폰 `공습 경보`

 중국의 휴대폰업체들이 최근 동남아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세계시장에서 국내 및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과 정면대결을 벌이게 됐다.

 특히 중국의 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휴대폰을 공급중인 국내 업체들은 최대 고객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 상대로 뒤바뀌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돼 수출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닝보버드에 이어 TCL은 최근 홍콩과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해외사업총괄본부를 설립하는 등 발빠르게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홍콩에 해외사업총괄본부를 세우고 중국 로컬업체 중 가장 먼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닝보버드는 올해 판매 목표량 1500만대 중100만대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소화할 계획이다. TCL은 태국의 이동전화사업자인 TA오렌지와 판매제휴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에는 유럽과 미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해들어 중국의 휴대폰 시장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자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던 로컬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자극받은 커지앤 등 나머지 중국 업체들도 잇따라 해외시장에 진출할 전망이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 ‘중국 경계령’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휴대폰업계는 당장 동남아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시장다변화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했던 중견·중소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해외마케팅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저가 휴대폰을 대량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OEM·ODM이나 저가 휴대폰 메이커들은 중국 업체들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총판매의 60% 가량을 100달러 수준의 저가폰에 의존하는 모토로라도 최근 대만이 중국의 휴대폰을 수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밴큐 등 대만의 ODM업체로부터 구매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움직임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현재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출 전략제품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며 “기술과 제품력에서 중국에 한 발 앞서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정면으로 대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팬택의 이성규 사장도 “아직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2∼3년 벌어져 있는 만큼 적기적시에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견·중소업체들도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휴대폰 업계에는 저가격을 앞세운 중국 휴대폰 업체의 동남아 시장 진출에 대해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특히 하이엔드 제품을 고집하는 삼성전자조차도 인도 시장을 겨냥해 저가 단말기를 출시할 정도로 저가 단말기의 수요가 많은 아시아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몰고올 태풍의 파괴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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