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성장동력 꺼져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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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통계청은 충격적인 조사통계치를 발표했다. 정보통신서비스업의 경기지수 증가율이 지난 2월부터 전체 지식기반서비스업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0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1년만 해도 정보통신서비스업 지수 증가율은 전체 지식기반서비스업 평균치 15.4%보다 훨씬 높은 24.8% 수준이었다. 지난해 중순께 지수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한 뒤 불과 1년새 시장평균 밑으로 추락한 것이다. 결국 통신산업의 시장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줄어들면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투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다보니 결국 생존을 위해선 투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 여기다 후발사업자들의 경영난과 맞물려 지배적 사업자도 눈에 띄게 매출이 줄면서 업계 전반을 옥죄고 있다.

 이에 따라 ‘IT코리아’를 견인해왔던 기간통신사업자의 투자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차세대 유망시장과 투자재원을 조속히 발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정부의 비대칭규제 정책에 따라 올해 2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던 투자규모를 상당부분 줄일 수도 있다. 현안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거는 전화(LM)시장 개방문제. 올 하반기 LM시장이 개방돼 총 2000억원의 매출 감소분이 생긴다면 이를 투자축소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LM 요금인하는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당초 예산에 반영했지만 보편적 서비스 분담금이나 LM개방 등 여타 규제정책이 시행될 경우 투자축소는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3월 이후 매월 실적이 목표치를 밑돌자 긴축경영을 선언하고 내부적으로도 전사적인 비용절감 운동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상반기 책정했던 중소·벤처기업용 투자예산 6126억원도 80∼90%선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KTF도 올해 총 투자규모 1조2500억원 가운데 500억원 정도를 줄이기로 하고, 특히 중소·벤처기업 지원용으로 책정했던 4248억원은 용도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KTF 관계자는 “당장 투자규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 지원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면서 “1조2000억원 정도를 투자하되 중소·벤처기업용 지원예산은 구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콤은 올해 1355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으나 상반기 현재 30% 가량만 집행한 상태다. 불과 한달전 전체 투자의 절반 가량을 상반기 조기 집행하겠다던 계획도 지키지 못할만큼 한치앞도 못 내다볼 상황인 것이다. 비록 자금사정은 양호하지만 두루넷·온세통신 등에 상당부분 채권이 남아있는 파워콤도 당초 2475억원의 투자를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은 지난달 밝힌 계획대로 투자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의 경우 1조9500억원의 투자는 유지하되 이달중 구조조정을 포함한 전사적인 경영혁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 수많은 신규사업에 손을 댔지만 이번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구조를 전반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투자계획에는 변함없지만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높은 체질개선을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이례적으로 LG텔레콤만이 내년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 대비, 통화품질 개선과 신규 가입자 수용을 위해 올해 3600억원으로 책정한 투자규모를 예정대로 집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통신업계 전반이 투자 긴장국면에 접어들면서 중소·벤처기업들과 장비업계도 하반기에는 더욱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여야 할 형국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하반기 더 큰 위기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가 신규 시장 창출과 사업자들의 돈가뭄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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