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fe 체험전]꿈의 `디지털홈` 삶을 바꾼다

 오늘은 월말. 보험사 직원인 맞벌이 주부 김모씨에게 유난히 신경쓰고 챙겨야 할 일이 많은 날이다. 일단 고객을 만나러 나가기 전 매월 납부해야 할 공과금 항목을 살펴본 후 디지털TV의 인터넷 뱅킹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납부한다. 불과 한두해 전만해도 PC에서만 인터넷뱅킹이 가능했지만 디지털TV의 양방향 데이터서비스가 등장한 뒤부터는 PC를 켜고 끌 시간도 절약하면서 보다 편리하게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다.

 김씨는 고객을 만나는 사이 자신의 업무처리 현황을 본사에 보고하고, 무선인터넷 PDA를 통해 수시로 영상회의를 갖는다. 최근 회사가 무선인터넷 보급을 모든 영업사원으로 확대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한동안 업무처리에 바빴던 김씨가 잠시 짬을 내 휴대폰을 꺼낸다.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 시간이다. 김씨는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통해 홈네트워킹 시스템에 접속, 대문의 시근장치를 수동으로 바꿔놓고 방범방재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혹시나 저녁 준비에 늦을지 몰라 자동조리시스템 작동시각을 6시로 맞춰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김씨는 스스로 혈액검사를 한 뒤 PC의 원격의료시스템에 접속해 주치의로부터 정기상담을 받는다. 당뇨병에 시달려온 김씨로선 원격의료서비스가 등장한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불과 한두해 전만해도 머나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렸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어느샌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비록 시연이긴 하지만 이번 정보문화의 달에 마련된 ‘2003 e라이프 체험전’을 통해 이 모든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지난 88년 처음 마련된 정보문화의 달은 올해로 16회째를 맞아 한층 다채롭고 진일보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코리아-함께하는 디지털세상’이라는 이번 행사의 캐치프레이즈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최기관인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후원기관인 전자신문사는 이번 정보문화의 달을 한층 성숙한 디지털코리아의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공공부문의 전자정부, 민간기업의 e비즈니스 확산, 1000만 초고속인터넷 보급으로 대변되는 가정정보화 등 사회 분야별로 정보화 인프라 또한 충분히 성숙한 덕분이다. 정보통신부 유영환 정보통신정책국장은 “국민들이 정보화의 효과를 실제 체험하고 소외계층의 정보격차 해소와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비전을 설명했다.

 이른바 디지털코리아의 비전을 실현시킬 요체는 바로 생활속에 녹아드는 정보기술(IT)이다. 다시 말해 IT가 체화된 디지털 생활양식, 즉 e라이프가 미래 정보화의 상인 것이다. 특히 우리 가정은 세계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정보가전기술이 보급된 e라이프의 옥토나 다름없다. 실수요자들의 정보화 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춘 산업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사람들에겐 꿈의 가정을, 국내 업계에는 차세대 먹을거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의료환경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원격진료서비스나 가스·전기 등으로 인한 유사시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원격방재, 혹시나 있을지 모를 외부 범법자를 막기 위한 방문객·출입문 관리서비스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삶의 패턴이다. 또한 가정 내 어디서나 지능형 모니터인 스마트디스플레이를 통해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원격 제어·관리할 수 있다. 이 모두가 당장이라도 가능한 정보화의 혜택이다.

 지난 10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IT업계로서도 디지털코리아, 디지털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침체를 벗고 질적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디지털홈 시장을 선점해 우리나라의 차세대 산업으로 수종사업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층 높아가고 있다.

 디지털홈은 첨단 통신기술이 총동원된 홈네트워킹과 정보가전, 기반 소프트웨어가 근간을 이룬다. 몇년 전부터 종종 들어왔던 전력선 네트워킹, 인터넷 냉장고, 정보가전용 실시간 운용체계(OS) 등 하나같이 유망한 기술들을 총동원해 우리만의 디지털홈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디지털홈이 뿌리내린 디지털코리아는 바로 포스트 IT코리아의 자화상인 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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