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리아IT펀드에 거는 기대

 지난해 말 SK텔레콤, KT, KTF, LG텔레콤 등 4개 통신서비스사업자가 출자해 조성한 3000억원 규모의 ‘코리아 IT펀드’(KIF)가 드디어 중소기업들에 투자된다. 해마다 1000억원씩 3년간 투자될 KIF는 당장 돈 줄에 목말라 있는 중소 IT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것은 물론 벤처투자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특히 KIF는 정통부가 선정한 9개 신성장동력 품목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희망을 더해준다.

 이번 KIF는 기존의 펀드와 다른 몇가지 고무적인 특징이 있다. 우선 조합(자펀드)결성이 다른 펀드에 비해 수월할 전망이다. KIF 자펀드는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기타 조합원의 출자비율을 10% 이상으로 정했다. 업무집행조합원 선정시 조합원의 출자비율이 높을수록 가점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기존 정부출연 매칭펀드처럼 조합원 출자 하한선 60%(정통부), 50%(중기청) 등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민간매칭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투자조합 결성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조건임에 틀림없다.

 투자조합 존속기간도 7년으로 정해 기존의 5년보다 2년 더 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펀드운영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도 많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대부분 5년으로 제한, 집중적이고 중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웠다.

 KIF는 이와 함께 이동통신, 디지털TV, 포스트PC, 지능형 로봇,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텔레매틱스, 디지털콘텐츠, 디스플레이, IT관련 시스템온칩(SoC) 융합기술 등 정통부의 9대 집중 육성품목과 LBS기반 소프트웨어에 50% 이상 중점 투자함으로써 차세대 성장엔진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경우는 이미 결성된 디지털영상콘텐츠 전문투자조합에도 150억원 정도를 출자해 집중력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의지와 KIF의 투자방향이 일치하는 것으로 향후 전후방 산업파급력을 예상케 한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도 이만한 투자수익(캐피털게인)을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드물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실행력이다. KIF의 운영주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투자분야별 펀드를 운영할 6개 안팎의 업무집행조합원사 선정계획을 9일 공고했다. 창투사와 신기술금융사 가운데 IT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벤처캐피털을 뽑겠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들도 오랫만에 먹거리다운 먹이가 나왔다고 반가워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상당수 벤처캐피털은 지난 1년 이상 투자회수는 고사하고 펀드운영의 한계에 봉착해 해산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신규펀드 결성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행력있는 벤처캐피털을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선정해야할 판이다.

 벤처캐피털들은 지난 몇년간 홍역을 치루면서 실패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심사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또한 이들 신성장 분야에서 투자대상 기업을 정확히 집어내고 체계적인 후속지원이 가능한 벤처캐피털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벤처캐피털들은 이번에 업무집행조합원사로 선정되기 위한 전략수립의 최상단에 시스템 점검과 보완을 올려놓아야 한다. 정부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측도 업무집행조합원사를 엄선한 후에는 펀드의 기본 운영방향만 제시하고 사후감독을 강화하는 대신 사사건건 간섭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제약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투자가 부자연스러워져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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