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를 놓고 또 다시 정부기관과 택배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택배업계가 최근 정보통신부와 건설교통부 등 요로에 우체국 택배의 부당성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99년부터 벌여 온 방문소포 서비스 형태의 우체국 택배는 시작부터 정부기관이 저가를 무기로 택배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관련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 측은 “방문소포 서비스는 우체국내 ‘보편 서비스’ 가운데 하나며 우려하는 만큼 시장점유율도 높지 않다”고 대응해 왔다.
◇택배업체 입장=한진·대한통운·현대택배 등 택배업체들은 시정건의문에서 “우체국 택배의 공익요원 활용, 부가세 공평 과세 등에 이어 새롭게 민간 운송업체의 위탁 특혜를 비롯해 자가용 차량을 택배에 이용하는 문제 등을 거론했다. 또 우체국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는 18∼20%에 이르러 민간업체를 위협할 만큼 지배력이 높아졌으며 최근에는 개인택배에서 인터넷쇼핑몰 등 기업택배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의 택배마케팅팀 제갈봉무 팀장은 “동일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데도 보이지 않는 특혜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전국적인 우편배송 인프라와 부가세 면제 등의 조건은 민간기업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체국 택배가 일반택배보다 저렴한 2500∼3000원의 요금으로 저가 경쟁을 부채질한다”며 “서비스보다는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택배업체는 정통부·건교부에 물류협회 등 단체를 통해 공정한 시장경쟁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해 논 상태다.
◇우정사업본부 입장=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가 ‘보편적’ 우정 업무의 하나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99년 서비스 개시 이후 일반 소포 업무와 비교해 소화물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시장점유율은 5% 안팎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체국 택배는 주로 일반 택배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농촌·도서산간 지역 등을 대상으로 집중돼 있어 공익성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도 기업들의 주장처럼 시장지배력을 위해 원가 이하로 책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전국 3500개 정도의 우체국과 22개의 물류 허브 터미널을 십분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익요원에 관련해서도 600여명의 위탁 집배원을 새로 채용해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소포사업팀 김상원 팀장은 “우체국 택배가 매년 성장세를 이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체 개인택배시장이 성장한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초기나 지금이나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전체 개인택배시장의 5∼6%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은 없나=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지만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시장점유율 문제다.
업체 입장에서는 우체국 택배가 부담스럽지만 이 사업을 아예 폐기할 수는 없다. 일반 택배업체가 다소 꺼리는 농촌이나 산간지역 등 외진 지역을 소화해 공공성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체국 택배의 가격이 싸지만 이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길만 하다.
문제는 산업육성이나 경쟁력 측면인데 우체국 택배가 다소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게 사실이다. 시장점유율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전문가들은 우체국 택배의 점유율이 전체의 10% 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행히 개인택배시장의 전망은 밝다. 개인택배시장은 일본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시장 잠재성이 충분하다면 점유율을 놓고 싸우기보다는 서로 힘을 모으는 게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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