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칩 업체간 `전면전`

 서울시가 내년 1월부터 기존 교통카드시스템을 전면 대체해 새 스마트카드 솔루션을 도입하는 대형 시책사업 발주에 들어가면서 스마트카드칩 공급업체간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종전 단순 기능의 교통카드를 전자결제·ID카드·신용카드 기능이 통합된 고성능 스마트카드로 전면 교체한다는 계획이어서 그동안 필립스가 과점해오던 국내 스마트카드칩 시장의 판도변화가 예견된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종전의 필립스 주도의 ‘마이페어’ 규격을 시장표준규격(타입 A/B)로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장표준규격을 따르는 삼성전자·ST마이크로·인피니온 등 후발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필립스와의 시장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S·에스원 등 스마트카드사업을 추진중인 그룹내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서울시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타입B 규격을 지원하고 EMV 레벨3 인증을 획득한 새 스마트카드칩을 바탕으로 메모리 용량과 동작속도를 개선해 후속 로드맵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특히 장기적으로 볼 때 스마트카드가 전자주민증 등과 연결되는 만큼 안보 차원에서라도 국산 솔루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할 전망이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스마트카드 분야의 협력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하이스마텍 등과 함께 최신 타입B의 솔루션을 바탕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중이다.

 ST는 금융 분야에도 확대할 수 있는 EMV·EAL4+ 등 주요 보안인증을 획득한 데다 최근 인카드·PWI 등 관련 솔루션업체를 인수한 종합적인 기술력을 내세울 예정이다.

 인피니온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CPU가 탑재된 새 솔루션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 및 카드업체들과의 협력작업을 진행중이다.

 반면 필립스의 수성전략도 만만치 않다.

 국내 스마트카드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해온 필립스는 기존 메모리카드칩 이외에 이미 32비트 CPU가 들어간 고성능 스마트카드칩 ‘마이페어 프로’와 ‘마이페어 프로엑스’를 대전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새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립스는 최근 EMV 인증에 대응할 VSBC 인증을 비자로부터 획득했다.

 필립스 담당자는 “서울시의 새 프로젝트는 개방형 표준으로 바뀌는 것을 지향하지만 필립스가 기존 2000만대의 스마트카드칩과도 호환되는 형태로 간다”면서 “고성능 솔루션을 잇달아 출시하겠지만 부품업체 특성상 특정 컨소시엄에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의 스마트카드 확대개편 계획은 특정업체 과점구도로 진행돼온 스마트카드칩 시장의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라며 “향후 서울시 스마트카드 시장의 주도권은 어느 업체가 고성능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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