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자동화(EDA)툴 불법 라이선스 문제가 본격 수면 위에 떠올랐다. 그동안 큰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시놉시스·애질런트 등 외국계 EDA업체들이 행동방침을 정하고 본격적인 액션에 나선 것. 특히 애질런트의 경우, 이미 불법 라이선스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리스트와 증거물들을 확보하고 본사 법무팀까지 방한해 실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외국업체들의 이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정작 불법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중소기업들은 카피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EDA툴을 구매할 여력이 없고 뾰족한 대책도 없어 결국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파장 어디까지=일단 선두업체들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눈치만 살피고 있던 케이던스·멘토 등 경쟁사들을 자극해 불법 라이선스 단속에 동참토록 하는 등 일파만파로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앞서 최근 EDA업체들이 이번 사안을 놓고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단순한 엄포성 단속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처럼 EDA업체들이 실질적인 민·형사상 소송에 들어갈 경우 구입 여력이 없는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걱정이다.
한 RFIC업체 사장은 “EDA업체들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툴을 갖춰 놓고 사업을 하려면 수십억원이 툴 구입비에만 드는데 자본금보다 많은 돈을 투입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EDA업체들이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가격 및 영업정책을 현실화하지 않고 단속만 한다면 결국은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발하는 중소업체들=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 국내 중소업체들의 반응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사실 EDA툴 불법 라이선스 문제가 하루 이틀 된 내용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IT SoC지원센터와 정통부까지 나서 사안을 조율해왔던 터라 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ASIC설계사협회(ADA) 관계자는 “이미 상장된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일부 EDA툴을 구입했고 협회에서 나서 총괄구매도 추진하는 등 대책을 협의중인데 불법단속을 들고 나오는 것은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점하려는 것 아니냐”고 크게 분노했다.
중소 설계업체 한 사장은 “EDA는 단순히 지재권 보호와는 다른 차원”이라면서 “불법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내몰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향후 전망=문제는 이번 사안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너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EDA업체들은 “전체 EDA툴 유통량 중의 90%가 불법”이라면서 “중소기업들에 여러가지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은 게 아닌 만큼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 벤처기업들은 외국 EDA업체들이 기존 대기업과의 영업방식이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ADA측은 회원사를 중심으로 이번 사안을 놓고 공동보조를 취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EDA툴을 구매하고 있는 IT SoC지원센터측과도 함께 대응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 EDA업체 관계자들은 “불법 라이선스는 정부나 협회가 나설 사항이 아니다”면서 “불법에 강경히 대응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 증폭될 전망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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