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비상`

美시놉시스·애질런트, 불법 라이선스 단속

미국이 올해도 한국을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으로 유지키로 한 가운데 세계적인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업체인 시놉시스와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가 국내 중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불법 라이선스 단속 및 형사고발을 추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업체들이 EDA 툴 불법 라이선스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몇차례 있었으나 본사 법무팀까지 가동해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고주파(RF) IC 설계 및 검증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한국애질런트(대표 윤승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사의 EDA 툴 ‘ADS’의 해킹 라이선스가 국내에 불법유통되고 있어 자체 조사를 벌여왔으며 의심되는 400여개의 업체 중 증거를 확보한 20여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본사 법무팀이 방한, 실사를 벌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 회사는 실사를 통해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는 업체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제소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한국내 법적절차는 법무법인 김&장이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애질런트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서 해킹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라이선스가 한국에 들어와 급확산되고 있으며 의심가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더이상의 불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중국, 대만 등 3개국 해당 업체들을 실사해 법적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결정으로 고객사가 경쟁사로 이탈하는 등 여러가지 불익이 예상돼 강도를 낮추자고 본사를 설득중이지만 불법 라이선스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이 분명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최근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가입한 시놉시스코리아(지사장 은진혁)는 오는 7월부터 SPC와 함께 불법 라이선스 단속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최근 중소 반도체설계업체들의 모임인 ASIC설계사협회(ADA) 임원진들과 만나 사전협조 요청을 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놉시스코리아의 대리점인 다반테크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중소기업용 특별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지만 불법 라이선스 확산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단속과 판매를 병행해 빨리 양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DA측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카피당 수억원에 이르는 EDA 툴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만큼 가격인하를 하거나 협회가 나서서 통합구매하는 등 여러가지 대안을 제안해 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불법단속에 나서겠다는 것은 상호협력 관계를 깨자는 것 아니냐”면서 “회원사들과 협력해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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