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SK그룹이 3조원 규모의 SK글로벌 자구방안을 채권단에 제출,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짐에 따라 이번주 중으로 SK글로벌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SK그룹은 SK글로벌 회생을 위해 그룹 계열사를 현재의 53개에서 10개로 줄이고 SK(주)가 SK글로벌에서 받아야 할 외상매출 1조4000억원 중 1조원을 출자전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태원 SK(주) 회장이 담보로 맡긴 워커힐호텔 지분과 SK글로벌이 소유하고 있는 SK생명·SK증권·SK텔레콤 지분도 전량 매각해 SK글로벌 정상화에 투입키로 했다.
SK그룹의 이같은 자구방안에 대해 채권단은 외상매출의 전액 출자전환을 요구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특히 SK(주)의 대주주인 크레스트증권을 비롯한 주주들의 반발은 SK글로벌 정상화의 복병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당초 SK측의 출자규모가 당초 예상됐던 7000억원 규모보다 늘어난 1조원을 제시한 만큼, 이보다 약간 많은 수준에서 양측의 합의점 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경우, 보유중인 SK계열사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지배권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SK글로벌의 회생 여부가 명확하게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채권단과 SK그룹 모두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안게 될 부담이 워낙 커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SK글로벌에 대한 회생 방침이 확정되고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최 회장이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다면 재계 3위의 SK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룹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회장 경영복귀에 대한 회사 안팎의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데다 그룹 체제 유지에 대한 주요 계열사 주주와 노동조합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SK그룹이 안정을 되찾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한 정상화 과정에서 벌어질 계열사 지분정리 등의 체질개선 문제는 여전히 SK그룹의 고민거리로 남겨질 전망이다.
특히 현 재벌체제의 개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SK노조, SK(주)의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 등이 최 회장 복귀와 부실계열사 지원에 강력반발할 경우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주목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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