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니메이션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미국과 유럽지역의 하청제작을 도맡기 시작했다. 또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요즘들어서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을 생각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중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97년이었나? 섬엔터미디어의 최희송 사장을 처음 봤던 때가 기억난다. 상당히 유별난 사람이다. 크지 않은 키에 곱슬거리는 머리와 짙은 눈썹, 두툼한 입술은 상당히 개성있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그는 거의 매일 검은색 옷에 군화 모양의 신발을 신고 다녔다. 남의 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그는 한술 더 떠서 그것이 뉴욕 스타일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사실 최 사장은 미술을 전공하고 당시만해도 영상편집업계에서는 잘나간다던 비손택이라는 회사에 근무했었다. 그러다 우연치않게 한 애니메이션업체의 사장을 알게 됐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회사를 인수했다.
그 회사를 인수하기 직전에 프랑스 칸에 있는 한 외국 애니메이션 배급사의 프로그램 발표 행사장에서 최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발표회장에는 나하고 최 사장 두 사람만 한국인이었다.
그 때 최 사장은 나에게 불쑥 이런 말을 던진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도 우리 것을 한번 해봐야죠. 우리 거.”
몇개월 전에 만난 최 사장은 목발을 짚고 있었다. 절뚝이며 나타나서는 중국에 들어가 협의를 마쳐야 하는데 큰일이라며 엄살을 부렸다.
‘아니 뜬금없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중국이라니.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고?’ 의아해하는 나에게 최 사장은 다음달에 중국에서 중국 국영방송인 CCTV와 합작으로 진행중인 ‘네비티’ 프로그램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기획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3D로 제작해온 애니메이션 시리즈란다.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거대한 중국 국영방송이 한국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기술과 기획력을 인정하고 직접 제작비의 대부분을 투자하다니.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더구나 중국 측에서는 외국의 최신 애니메이션 기술을 이용하지만 중국 제작진이 직접 참여해 제작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애니메이션산업을 육성하고 해외로 시장을 넓힐 수 있을까를 고민해온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중국과의 합작을 통한 공동제작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섬엔터미디어의 최 사장. 그는 우리 애니메이션업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팀장 sanggill@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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