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장비발주 놓고 업계 희비

 ‘LCD 웃고, 반도체 울고.’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이 하반기 대규모 라인 증설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장비 수주를 놓고 반도체장비업체와 LCD장비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은 300㎜ 웨이퍼 양산 라인인 12라인의 페이스2 장비 반입을 내년 1월께 완료한다는 계획이고 LG는 6세대 TFT LCD 장비를 오는 11월께 반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장비개발 및 제작기간이 5, 6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부터 장비 발주계약이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장비 발주와 관련, LG측이 6세대 LCD 장비 발주를 위해 업체들과 활발한 상담에 나서고 있는 반면 삼성측은 12라인 페이스2와 관련한 일정만 발표했을 뿐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케이씨텍·태화일렉트론·에스티아이 등 LCD 세정장비업체들의 경우 올해 초 삼성의 새로운 5세대 LCD라인(L6·1100×1300㎜) 장비를 수주한데 이어 LG측과 6세대 라인 장비 발주를 위해 활발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에스티아이 한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LG측으로부터 구두 발주를 희망하고 있다”며 “LG측이 적극적으로 상담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LCD 장비업체 대부분이 이달이나 늦어도 다음달께에는 정식 발주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경우 삼성이 지난달 투자설명회(IR)를 통해 내년 1월까지 페이스2 장비 반입을 완료하겠다고 공식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발주 상담과 같은 특별한 액션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에는 256Mb D램 현물가가 3달러선으로 폭락하는 등 시황이 좋지 않자 일각에서는 페이스2 증설 연기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 반도체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장비를 반입하려면 늦어도 다음달께에는 구두라도 발주계약이 체결돼야 납기를 맞출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쯤 활발한 상담이라도 이뤄져야 하는데 삼성측에서 너무 잠잠해 연기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코리아·노밸러스코리아·동경엘렉트론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지난해 말 삼성의 12라인 페이스1 장비수주 이후 이렇다할 실적이 없어 삼성의 12라인 페이스2 장비 반입이 연기된다면 1년 넘게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로 내몰릴 지경이다.

 이와 관련해 노벨러스코리아 이우경 이사는 “페이스2의 경우 이미 페이스1에 사용된 장비를 조금 업그레이드해서 반입하면 되는 데다 공장도 지어진 상태라 삼성이 장비를 발주하고 반입하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라며 “반도체 시황이 극도로 나빠지지 않는 이상 삼성이 지금 계획대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