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방송위원회의 닻이 올랐다.
10일 제2기 방송위원 9명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과 함께 위원장·부위원장이 선출되면서 3개월간 미뤄온 새 방송위가 정식출범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이끌어갈 새 방송위는 신규 디지털방송서비스를 정비하고 기존 매체간 갈등, 기존 매체와 뉴미디어간 갈등, 뉴미디어간 갈등 등을 정리해야 하는 중대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나아가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위한 기초작업과 타부처와의 협의를 통한 조율을 매끄럽게 수행해야 한다.
독립국가기구로 지난 2000년 출범한 방송위는 지난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장관과 차관급 공무원 신분인 5명의 상임위원과 명예직인 비상임위원, 옛 종합유선방송위원회와 옛 방송위원회 직원들로 통합된 공무원 신분이 아닌 사무처 직원 등으로 구성된 방송위는 실무에서 의사결정까지 매끄럽지 못한 모습도 여러 차례 보였다.
이긍규 제1기 방송위 상임위원이 이임식에서 화합과 주인의식을 강조한 것도 제2기 방송위가 독립국가기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제2기 방송위원회=제2기 방송위원들은 지상파방송사 출신 4명, 정당 출신 1명, 교수 1명, 신문언론인 출신 2명, 법조인 1명 등으로 구성됐다. 방송위 노동조합과 방송전문가, 방송업계 등 방송계 전반에서는 이번 방송위원이 그들이 요구하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방송위원 선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동안 방송위가 강력히 반대하던 노성대 위원과 이효성 위원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선출됨으로써 앞으로 노조와 새 방송위원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위원 내부에서도 여당과 야당간 정치적 갈등이 출범 시작부터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던 한나라당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나라당 추천의 방송위원들이 회의 도중 퇴장하는 모습이 연출됐으며, 이들은 또 노성대 위원장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까지 언급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방송위의 현안과 과제=방송위가 해결해야 할 현안과 과제는 더이상 쌓아둘 수 없을 만큼 산적해 있다. 방송계에서는 방송위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어 방송계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릴까 심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방송계 인사문제다. 지난 8일 임기가 만료된 EBS 김학천 사장 후임,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11명의 KBS 이사진과 10명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추천 등이 눈앞에 있다.
또한 △올해 안으로 서비스가 시작되거나 내년 서비스를 위한 사업자 선정이 시급한 디지털방송 관련 방송법 개정안 마련 △위성방송의 지상파TV 재송신 승인 여부 결정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연장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추진 등 방송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해결된 현안들이 방송위의 시급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각계 반응=제2기 방송위원회는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한 각종 정책 마련, 법제화 정비, 뉴미디어산업 육성 등을 선도할 전문성과 추진력 부문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이 방송계 전반의 분석이다.
디지털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와 내년의 방송위 정책·지원이 향후 국가 성장산업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들이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조화롭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사장은 “뉴미디어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일단 이번 추천인사들이 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관련 산업정책의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대체적으로 정치적 당파성이 강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평할 수 있다”며 “여기에 각 당의 배분도 5대 3대 1 구조로 결정돼 방송위원회 의사결정이 사안에 따라 상충될 경우 현안들이 표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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