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는 역시 물량이 최고야 최고!’
스타크래프트 경기 양상이 드랍십과 벌처 게릴라를 앞세운 전략전 위주에서 벗어나 많은 자원 확보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전투를 벌이는 물량전 중심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면 단순히 물량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물량을 기반으로 하고 여기에 다양한 전략을 가미하는 컨버전스 형태라는 점.
이같은 현상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부진과 ‘천재테란’ 이윤열의 부상이라는 상반된 모습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임요환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드랍십부터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전략전의 대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출귀몰한 드랍십과 빠른 벌처 러시 등으로 상대의 멀티를 하나씩 제압하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이같은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반면 빠른 멀티를 바탕으로 대량의 유닛을 확보해 한방에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이윤열은 올해 들어 각종 스타리그를 석권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바야흐로 물량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실 물량전의 중요성은 지난해에도 여러 선수들이 보여줬다. ‘해처리의 아버지’라 불리울 정도로 멀티를 많이하는 주진철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6연승을 기록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물량토스’ 박정석이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물량전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도 임요환이 건재했고 김정민의 드랍십을 통한 멀티 견제 솜씨나 처음부터 자원확보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유닛 생산에 주력하며 상대방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몰아치는 스타일의 ‘폭풍저그’ 홍진호의 솜씨는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략의 황제 임요환이 팀 동료이자 물량전에는 일가견을 갖고 있는 최연성의 도움을 받아 게임 스타일을 물량도 받쳐주는 형태로 바꿔나가기 시작하면서 확실히 물량이 전략을 압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임요환은 지난해 대 저그전 승률이 80%를 웃돌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30%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게임스타일을 바꾸면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찌보면 이같은 현상은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새로운 전략이 나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나오기 마련인 것이 스타크래프트의 생리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전략은 상대방에게 먹히지 않게 되고 그렇다고 경기마다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오기도 힘들어지면서 전략 위주의 경기스타일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월드사이버게임스(WCG)에서 국내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의 물량 공세에 혼이 나면서 물량전의 무서움을 실감했던 터라 물량전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고 이미 다양한 전략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단순히 멀티만 늘려 가며 물량을 모아나가는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멀티를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또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경기 스타일은 바로 물량을 중시하기는 하지만 물량과 전략을 적절하게 혼합해 그때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해 나가는 복합적인 형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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