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전쟁보다 무서운 사스

 반도체업계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영향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스의 중심권에 있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은 ‘사스와의 전쟁선포’라는 특단의 조치(?)를 도입하고 나섰고 우리 업체들은 중국시장 수요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동부아남반도체 등 국내 업체들은 평상시대로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나 사스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이닉스는 최근 대만·중국·홍콩 등 아시아지역 해외 법인장들을 서울 영동사옥에 모아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서 하이닉스 해외 법인장들은 사스의 영향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수요촉진과 공급물량 조정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사스가 당장 생산라인 중단 등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중국 수출부진과 PC 교체수요 지연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수요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이 다행히도 빨리 종결돼 큰 파장은 없었으나 사스는 파급효과가 어디까지인지 예측할 수가 없어 비상경영체제에 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대만 TSMC는 지난주부터 매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체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나타난 직원들은 아예 생산라인 출입을 금지했다. UMC 역시 전직원들에게 체온계를 지급하고 외부 방문자는 사무실내로 방문하지 못하도록 했다.

 윈본드는 출퇴근 차량에 대해 소독을 실시하고 회의실 에어컨을 사무실로 통하지 못하도록 분리시켰으며 SiS는 지난 2일부터 전체 휴가를 실시,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소독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의 암울한 전망치도 잇따르고 있다.

 아이서플라이는 사스 공포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이 시장에 가기를 꺼리고 있으며 이는 PC판매의 급감으로 이어져 지난달 중국내 PC 위탁생산업체들의 매출액이 목표치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D램 등 반도체의 수요하락으로 이어져 전자업계에 큰 우려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IDC 역시 PC시장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어 반도체 시장에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했고 베어스턴스증권의 앤드루 네프 분석가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PC산업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8%에서 6%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