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학교 출신 중에 야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생활의 일부분이었으니까요.”
68년생 부산고 동기동창인 데이타웨어 지봉준 사장과 에이븐기획 신현직 이사는 야구 얘기를 꺼내자마자 숨도 안쉬고 얘기를 풀어놓는다.
지 사장이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중학생 시절 야구단 멤버십에 가입해 마냥 즐거워했던 기억, 누나의 결혼식장에서 예식은 뒷전으로 하고 식장에 설치된 TV 야구중계에 넋을 팔았던 이야기를 꺼내며 머리를 긁적이자 신 이사는 그 정도는 약과 아니냐며 고개를 젓는다.
“고등학교때 대통령배 결승 보겠다고 단체로 무단 결석하고 버스 대절해 동대문구장에 왔거든요. 참, 우린 그래도 나은 편이었어. 그때 응원단장이던 친구는 올라오는 차비만 달랑 들고 와서 며칠 동안 못내려왔더랬잖아. 나중에 들으니까 경찰차를 얻어타고 왔다지 아마….”
부산고등학교가 고교야구에서 선두다툼을 벌이던 시절. 야구는 그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목적이자 이유였다. 선수출신 동창들이 롯데 자이언츠에 속속 입단하게 되면서부터 야구사랑은 더 깊어졌다고.
“몇년 동안 못 만나던 고등학교 동창들을 야구장에서 만날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린 역시 야구가 맺어준 인연이구나 생각하게 되죠. 야구가 없었으면 추억도 없었을 거예요.”
이들 20년지기 부산사나이들은 이제 펠로우쉽 클럽이라는 조그마한 직장인 야구동호회에 가입해 가끔씩 야구를 즐긴다.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채색해준 야구에 감사하면서.
“야구는 스릴이 있잖아요. 어떤 스포츠도 그만큼 박진감 넘치는 역전의 드라마를 펼칠 순 없을 겁니다. 어떤 점에선 인생이랑 비슷해요.”
언스트앤영, KPMG, 오픈타이드, 발텍 등을 거친 잘 나가는 컨설턴트였던 지 사장이 지난해 사이버폴더 서비스업체인 데이타웨어를 설립한 데는 스릴에 대한 목마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 이사도 마찬가지다. 롯데호텔, 동양종금 등 대기업 홍보실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서슴없이 홍보대행사 에이븐기획을 차리고 홀로서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솔빛미디어, 노아테크놀로지, e북21 등 IT기업 홍보에 나선 신 이사는 최근엔 데이타웨어 홍보도 맡아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이들에겐 이제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다. 아이들이다.
“요즘 애들은 혼자 놀기 좋아해선지 단체로 하는 야구를 흥미없어 하더군요. 우리 애들도 야구를 통해 맺게 되는 친구들간의 끈끈한 우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이들 20년지기 부산사나이들은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대문 구장으로 향할 것이다.
“타석에 서면 말이야 저 공이 나를 덮치는 것 같다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요. 그 아슬아슬한 스릴이 야구의 참맛이야. 그런데 말이지….” 이런 말을 주워섬기면서.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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