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을 받고 제대로 서비스하겠습니다.’
외국계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정보시스템 사후관리(유지보수) 서비스료를 일제히 인상할 조짐이다.
고객들이 정보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해 실질적인 투자대비효과(ROI)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적의 유지보수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고객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인상요구라는 주장이다.
◇제값을 받을 때다=한국오라클이 전면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SW) 및 하드웨어(HW)에 대한 유지보수료를 초기 공급가격대비 평균 15%선에서 22%로 7%포인트 올렸다.
주로 HW에 국한했던 유지보수비용의 산정기준을 SW로 확대함에 따라 가격상승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오라클의 송규철 마케팅본부장은 “HW뿐만 아니라 SW를 포괄해 유지보수비용을 산정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라며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때 15%, 제품이 다운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7%의 유지보수 가격기준을 마련해 운용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지보수비용의 산정기준을 SW로 확대하는 과도기에 일부 고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겠지만 해당 고객의 정보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IBM도 최근 SW 사후관리체계를 ‘SWMA(소프트웨어 메인트넌스)’와 ‘SMA(서버 기반 SW)’로 이원화했다. 즉 SWMA를 통해 60∼90일의 무상보증기간을 포함하는 업그레이드 및 전화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되, 1년 후부터는 방문서비스(온사이트서비스)인 SMA로 완전히 전환함으로써 실질적인 가격인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IBM의 이상국 SW·HW유지정비서비스 담당 상무는 “SW 사후관리의 이원화는 고객사의 취사선택에 따라 현실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SW전용 유지보수서비스인 ‘선SW서포트서비스(S4)’를 선보일 예정이다. S4는 번들 개념으로만 제공하던 SW 유지보수서비스를 판매가격 및 실제공급가격 대비 요율을 산정하는 것으로서 SW 유지보수 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
◇시기상조다=고객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와중에 사후관리서비스료를 인상하려는 다국적 IT기업의 저의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심지어는 “초기 SW, HW를 저렴하게 제공한 후 사후관리를 통해 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튀어나온다. 특히 지난해 5월에 올해의 IT 예산책정을 끝낸 공공기관으로서는 가격인상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기업들도 유지보수비용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라클의 DBMS를 사용중인 모 은행의 전산실장은 “거의 무료로 제공받던 구매제품의 가용성 보장(다운·장애)서비스에 대해 초기 공급가대비 7%의 요금부담이 생겼다”며 파격적인 가격인상 조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고객들은 수십억원씩 투자해 구축한 정보시스템의 가용성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적인 사후관리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제품공급자(IT기업)가 가격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전망=그동안 국내에서는 SW에 대한 사후관리서비스가 관행적으로 ‘무료’였다. 자동차, TV, 냉장고 등을 구매한 소비자가 수년간 무료로 사후관리를 보장받는 식으로 SW를 이해한 것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활동하는 IT기업들의 부담이 컸다. 특히 고객수가 수천개로 늘어나면서 인건비 부담이 폭증, 사후관리서비스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따라서 IT기업들의 ‘제값받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관례에 젖어온 국내 고객들에게 이같은 일련의 유지보수료 인상 움직임은 당분간 고객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국내 IT산업계의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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