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공방! 이번 주제는 ‘대학 IT교육, 이대로 좋은가’다. 대학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IT인력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은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더욱이 대학은 기초학문 연구지로서의 사명에서 벗어나 취업학원으로의 전환을 강요받고 대학 졸업자들은 빠른 취업과 현장적응을 위해 IT전문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그럼에도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및 학원과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IT인재들에 대한 기대치와 요구수준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 IT인력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역할분담 및 협업을 통한 보다 효율적인 IT 전문인력 양성방안을 모색해본다.
<수요자>홍성완 LG CNS 엔트루컨설팅 상무
IT인재에 대한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 지금 IT현장이 요구하는 인력은 실행인력이 아니다. 과거와 같이 단순 프로그래머는 더 이상 필요없다. 시스템이 이미 패키지로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프로그래머보다는 비즈니스와 IT를 접목할 수 있는 조정자나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절실하다.
특정 시스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관련 시스템의 영역을 망라하면서 고객의 요구를 조정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IT기반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능력을 지닌 인재를 원한다. 글로벌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IT인재가 필요하다. 국제감각을 가지면서 스킬(skill)도 보유한 인력이 글로벌 사회에 필요한 인재다. 테크니컬(technical) 스킬과 함께 비즈니스적인 감각도 지녀야 한다. 결국 이제는 하나만 잘 하는 인력이 아니라 멀티 플레이어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학은 기본적인 소양과 스킬, 이 두가지 모두를 놓치고 있다. 대학이 구체적인 스킬을 가르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기업들이 현업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대학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화한다. 실제로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와 컨설팅업체들은 사내 대학원이나 교육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또 IT학원 등 테크니컬 전문재교육기관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집중해야 할 분야는 커뮤니티 스킬과 전체적인 흐름(trend)이다. 문제 도출 및 분석, 해결능력 등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소양이다. 대학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필요한 소양과 능력을 배양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인도 등과 비교해도 소양측면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수준은 10년 이상 뒤처진 느낌이다.
특히 외국대학과 달리 우리나라 교수 중 몇몇은 최신 기술동향에 관해서는 ‘구닥다리(old-fashioned)’다. 학교와 현장의 차이는 극명하다. 최소한 특정 산업에서 통용되는 용어 정도는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 중 상당수가 기본적인 컨셉트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최신 기술 및 시장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대학, 전문교육기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요하고 과목 및 인력 교류도 보다 많아져야 한다. 대학은 단순 기술교육의 요구를 뒤따라가기보다는 IT인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후 비즈니스 전개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과 문제해결 능력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에서 방향성 제시와 비즈니스 기초능력 등을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다.
<공급자1:대학> 안준모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HP의 칼리 피오리나는 역사학 전공자다. 카네기멜론 같은 외국 유명 대학들도 현업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지는 않는다. 산업의 요구는 이해하지만 대학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만약 대학이 현장 기술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자처한다면 장기적으로 IT산업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지식을 창출하고 지식을 개념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나 논리를 가르치는 곳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부분을 대학교수가 맡아 해결하기는 어렵다. 대학은 지식의 창출, 기존지식의 문제점 도출, 문제해결 논리의 개발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대학이 현장적용 위주의 교육으로 간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들은 경쟁력이 없다. 최근 순수과학분야가 아닌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등의 분야에서는 공학이 이론적인 부분만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 본연의 수학정진이란 원칙만큼은 반드시 고수돼야 한다.
현장적용 기술만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기업내 재교육 프로그램이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의 재교육 프로그램은 경쟁력이 없다. 모토로라와 EDS 등 외국기업의 교육강사들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다. 내부 인력수준을 뛰어넘는 최고의 전문가를 소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사내강사에 의존한다. SI 등 국내 IT산업 중 상당수가 저부가가치 구조를 지니고 있어 회사가 재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성공적인 인력양성은 대학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감으로 인력교육에 투자할 때 진정으로 핵심인력의 경쟁력이 담보되는 것이다. 대학은 풍부하고 실천적인 산학 협동모델의 시험장이 돼야 한다. 대학의 역할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실천적인 협업모델도 나올 수 있다. 대학과 기업, 전문교육기관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공급자2: 재교육기관> 조현정 비트컴퓨터 CEO
IT재교육기관은 일종의 사관학교와 같다. 창조적이며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술인력을 미시적이고 기능적인 영역에서 배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대학이 요구받는 포괄적인 소양과는 다른 영역이다. 기본적인 소양교육만으로는 재교육기관이 한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본적인 소양교육은 대학이나 대기업의 영역이다. 대학은 비즈니스 소양교육과 IT기본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고 대기업은 최신 트렌드와 이의 적용에 필요한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이같은 역할 분담아래 민간재교육기관은 특정 기술과 기능영역에서의 최고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특화된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한 대학이 재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학점이수과정으로 편입시켰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더 나아가 민간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이력을 학점으로 인정해준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같은 산학 협동모델은 대학지원금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실천적인 협력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인력양성기관으로서 전문교육기관은 젊은이들의 시간을 담보로 창조적인 능력과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다. 청춘의 시간을 낭비하도록 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그렇다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교육생을 뽑을 때 스킬도 중요하지만 인성 측면을 강조한다.
따라서 대학에서 배우는 기초적인 능력과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대두되는 대학교육의 문제도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을 받는 ‘학생’의 의식과 태도가 문제다. 학생들 스스로도 대학이 제공하는 기초적인 능력과 인성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학과 기업, 민간재교육기관이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짜임새 있는 책임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 젊은이들을 성공으로 이끌고 국가 차원에서 핵심인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사회> 임춘성 기업정보화지원센터장
IT인력은 크게 기술인력, 기획인력, 사용인력으로 구분된다. 지금까지 IT인력에 대해서는 주로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인식돼왔다. 기술인력에 대한 강박적인 요구가 대학을 여러가지 면에서 압박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민간재교육기관의 발전을 이끌어낸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대학은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만 교육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시효성이 없는 공론이라고 본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이슈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의 배양은 튼튼한 소양교육과 현업적용 기술의 습득, 비즈니스 감각의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과 기업, 민간재교육기관의 실천적인 역할분담 모델의 실험과 실천에 의해서 담보될 수 있다. 결국 대학, 기업, 민간재교육기관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이 속에서 최적화된 협업모델을 수립할 때 경쟁력 있는 IT핵심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것이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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