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9대 전기·전자제조업체가 2002년 회계연도(2002년 4∼2003년 3월) 결산결과 최종 손익 합계에서 562억엔(약 56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당초 예상했던 ‘V자’ 회복에 실패했다.
니혼게이자이·닛칸코교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회계연도에 마쓰시타·NEC·후지쯔·미쓰비시·산요 등 5개 업체가 적자를 기록했다. 또 히타치·도시바·샤프·소니 등 4개 업체는 비록 흑자를 기록했지만 소폭에 그쳐 급반전을 기대했던 일본 IT업계의 ‘V자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2002년 회계연도 실적=주요 9개 업체는 지난 회계연도에 영업이익에서는 모두 흑자를 기록,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탈출했다. 히타치가 1529억엔, 소니가 1854억엔, 마쓰시타가 1265억엔, 후지쯔가 1004억엔 등 9개 업체 모두가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01년 회계연도에서 9개사 합계 손실폭이 1조9000억엔 적자였던 데 비해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표참조
그러나 올해 들어 도쿄 증시가 급락, 주가 평가손실이 급팽창하면서 이같은 영업이익을 까먹었다. 주가 평가손 규모를 밝힌 5개 업체의 합계만도 2000억엔에 이른다. 결국 마쓰시타·후지쯔 등 5개 업체는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최종 흑자를 기록한 히타치 등 4개 업체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히타치의 한 고위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용 2900억엔, 자료비 1800억엔을 줄였다”며 “이를 통해 실적을 지켰을 뿐 성장재료가 없다”고 밝혔다. 비용삭감을 통해 흑자를 냈을 뿐 향후 성장을 위한 동력을 발굴하는 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이는 액정TV를 특화시킨 샤프를 제외한 모든 전자메이커의 고민이기도 하다.
◇올해 ‘V자’ 회복하나=9개 업체 모두 올해는 최종 흑자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순익 목표 합계는 2655억엔 흑자에 이른다. 그러나 매출 전망치에선 두자릿수 성장치를 제시한 산요를 제외한 8개사 모두가 소폭 증가, 또는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또 9개사의 예상수익률은 겨우 0.3%에 머무른다.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은 “(올해는) 사스의 영향에 의한 악재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9개 업체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15% 늘리며 새로운 동력원 찾기에 나선다. 도시바가 작년 대비 44% 늘어난 2740억엔을 투자하는 등 9개 업체 전체 투자액은 15%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도시바가 반도체, 샤프가 액정TV 등에 투자하는 등 업체별로 중점사업에 집중투자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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