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컴퓨팅으로 PC시장 구원
‘센트리노’가 침체된 PC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데스크톱PC를 대신해 얇고 가볍고 이동이 편리한 신개념 모바일PC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센트리노는 인텔이 그동안 쌓아올린 노트북PC의 기술을 총 집약해 초저전력 프로세서와 전용 칩세트, 802.11 무선 네트워크 기능들을 하나로 묶은 ‘모바일 컴퓨팅’ 전용 제품. 언제 어디서나 원활히 작동하도록 칩세트뿐만 아니라 시스템까지 현장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을 검증받는다.
센트리노의 가장 큰 장점은 대폭 늘어난 배터리 사용시간. 초절전형 CPU와 칩세트, 그리고 주변기기와의 데이터 입출력시 소모되는 전력소모를 확실하게 개선했다. 여기에 검증된 무선랜 기능을 내장해 가정이나 사무실뿐만 아니라 무선랜 핫스폿(접속지점)이 설치된 어느 곳에서나 센트리노PC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공항이나 학교, 패스트푸드점 등 어디서나 가능하다.
인텔은 무선랜 핫스폿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 KT와 손을 맞잡았고 용산전자랜드·롯데리아 등 소비자들이 밀집하는 곳에서 쉽게 센트리노를 접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공동 마케팅을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8500여곳인 무선랜 핫스폿을 연말까지 1만6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다양한 모바일 컴퓨팅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확산시키기 위해 유망한 국내외 무선랜 솔루션업체에 투자를 추진중이다.
이처럼 센트리노는 단순한 노트북PC용 플랫폼이 아니다. 새로운 모바일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PC 사용환경과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고성능 컴퓨팅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센트리노를 사용해본 벤치마크 애널리스트나 사용자들은 확 달라진 성능에 대해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인텔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 벤치마크툴인 ‘모바일마크 2002’를 통해 배터리 수명과 성능을 시험한 결과 센트리노 기반 시스템(1.6㎓ 기준)은 길게는 5시간, 또는 그 이상의 배터리 수명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바일 펜티엄Ⅲ 프로세서-M’ 1.2㎓나 ‘모바일 펜티엄4-M’ 2.4㎓보다 훨씬 향상된 성능이다. 또 센트리노는 업무에 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멀티태스킹으로 구동했을 때 ‘모바일 펜티엄Ⅲ’보다는 41%, ‘모바일 펜티엄4’보다는 15%의 성능 향상을 보이며, 인터넷 접속기능도 최대 59%까지 향상됐다는 게 인텔측 설명이다.
인텔은 이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누구나 저렴한 비용에 모바일 컴퓨팅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미 삼성전자·LGIBM·삼보컴퓨터·소니 등 주요 PC업체들이 센트리노를 기반으로 가격·성능·크기별로 다양한 센트리노PC들을 소비자들에게 내놓고 있다. KT·T모바일·차이나유니콤 등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들도 어깨를 둘렀다.
센트리노가 모바일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IT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어떤 특화기술이 담겼나
‘유선탈출(un-wire)’
인텔의 ‘센트리노’는 한마디로 모든 기능을 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부터 이동성을 고려해 배터리 소모량과 크기를 최소화시킨 마이크로프로세서(펜티엄M), 모바일PC에 특화된 칩세트(855PM·GM), 내장형 무선랜 솔루션(프로/무선 2100 네트워크 접속) 등 전원이나 네트워크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PC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펜티엄M’ 프로세서=센트리노의 핵심인 펜티엄M은 첨단 0.13미크론(㎛) 공정기술을 적용해 770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면서도 크기는 0.18㎛ 보다 40% 이상 줄었다. 1.6∼1.3㎓ 속도의 스탠더드형과 1.1㎓급 저전력(LV)형, 900㎒급 초저전력(ULV)형 등 크게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모두 1W 수준의 낮은 소비전력이 특징이다. 동작 전압은 0.85∼1.5V로 기존의 모바일 프로세서에 비해 월등히 낮다. 또 1MB의 온-다이 L2캐시와 400㎒ 시스템버스(FSB)로 프로세서와 메모리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이를 위해 펜티엄M에는 여러가지 특화기술들이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신기술은 ‘미세동작융합(Micor-Ops Fusion)’. 두 개의 미세동작(micro operation)을 하나로 결합해 짧은 시간에 적은 소비전력으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즉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 하나로 묶어 수행함으로써 성능과 전력소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프로그램의 과거 동작을 분석해 미래 작업을 예측하는 ‘고도명령예측(Advanced Instruction Prediction)’ 기술은 시스템의 대기시간을 줄여 저전력·고성능을 구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내부 연산을 담당하는 전용 하드웨어를 사용함으로써 프로세서가 간섭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 명령문을 수행하도록 하는 ‘전용 스택 매니저(Dedicated Stack Manager)’ 기술은 필요한 전체 미세동작의 수를 줄임으로써 성능을 높이고 소비 전력을 줄인다. 이외에도 ‘향상된 스피드 스텝(Enhanced Speed Step)’은 클록과 전압을 다단계에 걸쳐 변동시킴으로써 보다 세밀하게 클록주파수를 세분화할 수 있다.
◇‘855’ 칩세트=센트리노에는 PC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거나(Deeper Sleep Alert State) 칩세트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칩세트의 클록을 자동으로 끄는 내부 타이머 기능을 갖춘 ‘855’ 칩세트가 통합돼 있다.
이 칩세트는 그래픽 코어와 그래픽 기능 사용시 전력소모를 줄이는 관리모드 ‘익스트림 그래픽스2’ 기능을 내장한 제품(855GM)과 외부 그래픽카드 및 그래픽가속 칩세트를 지원하는 제품(855PM)으로 나뉜다.
DDR 메모리를 지원하는 기존 845 칩세트를 메모리 컨트롤러 허브(MCH)와 IO 컨트롤러 허브(ICH4-M)를 내장해 유선랜과 모뎀을 동시에 지원한다. 또 AC97 규격의 6채널 사운드와 6개의 USB 포트를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칩세트가 필요없다.
◇프로/무선 2100 무선랜=센트리노의 또 다른 장점은 무선랜 접속기능이 기본 장착돼 있다는 것. 802.11b 및 Wi-Fi 무선랜 핫스폿에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특히 무선랜 보안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를 위해 WEP, 802.1X, 시스코 LEAP 등의 무선랜 보안솔루션을 채용했다. 현재의 무선랜 솔루션은 11Mbps급 802.11b 규격을 따르고 있으나 2분기 중으로 54Mbps급 802.11a 규격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인텔은 2∼11㎓ 주파수 대역을 고루 지원하는 802.16 규격표준을 위해 WiMAX 컨소시엄에도 최근 가입했다.
인텔은 다중의 무선랜 규격을 소비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패킷당 안테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으며, 블루투스 장치와 충돌을 막기 위해 동시에 무선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Wireless Coexistence System)을 채용했다.
이외에도 센트리노에는 첨단의 마이크로 FCPGA(Flip Chip Pin Grid Array)와 마이크로 FCBGA(Flip Chip Ball Grid Array)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노트북PC의 디자인을 1인치 이하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숨어 있다.
◇인터뷰: 인텔코리아 권명숙 본부장
“센트리노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무선(wireless)과 이동성(mobility)이 얼마나 편리한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 PC업체, 무선인터넷 서비스업체, 그외에 수많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정체된 IT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센트리노 마케팅을 총괄하는 인텔코리아 권명숙 본부장(39)은 몇 대를 팔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마케팅의 주안점이 판매대수에 급급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모바일 컴퓨팅이라는 다소 생경한 환경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것이 그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KT와 협력해 제주도 중문단지와 인천공항에 무선랜 핫스폿을 설치하고 롯데리아 전국 매장과 용산 전자랜드에도 모바일 컴퓨팅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다. PC대리점과 양판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컴퓨팅에 관한 정기적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데스크톱PC를 무선랜 기능이 내장된 노트북PC로 바꾸려는 기업이나 대학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요즘 그가 밤잠을 설쳐가며 하고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센트리노의 초기 성적이 나쁘지 않다. 2분기가 계절적으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목표치를 넘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센트리노를 탑재한 노트북PC 및 태블릿PC가 줄이어 출시되고 있으며 최종 소비자들을 만나는 유통점들의 높은 호응도가 인텔에 직접 전달될 정도라는 것.
“센트리노는 인텔이 혼자서 만들고 혼자서 드라이브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가볍고 배터리 걱정도 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접속기능까지 내장한 것은 모두 소비자들이 노트북PC를 사용하면서 필요하다고 지적한 개선점이죠. PC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빠른 시장반응도 이런 요구에 잘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제 남은 일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더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고 저변을 확산시키는 것. 90㎚ 공정을 적용한 ‘도선(코드명)’을 하반기에 내놓고 무선랜 솔루션업체들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본부장은 “센트리노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의 생활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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