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컴퓨팅 시대]기술 동향-절전·초소형 칩 개발 `사활`

 배터리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컴퓨팅의 중심에는 초고집적 반도체를 설계·제조하기 위한 반도체업계의 피땀어린 기술혁신 노력이 집중돼 있다.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미세회로공정을 적용해 CPU의 전력소모량을 최소화하고 노트북의 두께가 1인치 미만이 되도록 핵심 반도체들과 패키지들을 초소형화한다. 각종 칩세트와 통신칩 등 부가적인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기술의 결정체가 바로 모바일 컴퓨팅 솔루션으로 발현된다.

 ◇모든 기능을 한 칩에=현재 모바일 컴퓨팅의 중심 축은 초박형(thin & light)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 서브노트북들이다. 하지만 3세대 무선통신의 보급확산으로 등장한 IMT2000 휴대폰이나 통신기능이 적용된 개인휴대단말기(PDA) 등도 모바일 컴퓨팅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업체들은 CPU와 메모리, 칩세트, 입출력 컨트롤러 등을 한 칩(die)에 집적하는 통합기술을 한창 개발중이다.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이라 불리는 신개념 반도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텔이 내놓은 엑스스케일 기반의 GSM/GPRS용 SoC나 삼성전자의 PDA용 SoC,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의 OMAP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3세대(3G)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PDA 등에 필수적인 CPU와 플래시메모리,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이 한 칩에 집적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200㎒, 400㎒급 속도의 프로세서가 주종을 이루지만 연말께는 1㎓급 제품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무선통신의 핵심인 고주파(RF)기능을 기존 특수공정이 아니라 표준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공정에 통합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모바일 컴퓨팅을 위한 반도체수는 더 줄어들고 있다.

 ◇초소형·저전력화 기술 속속=모바일 컴퓨팅은 이동성(mobility)과 무선(wireless)이 가장 핵심적인 기술. 이를 목표로 개발되는 부가기술이 수없이 많다. 우선 CPU에는 현재 적용중인 0.13미크론(1㎛은 100만분의 1m)급 공정이 하반기부터는 90㎚ 공정으로 바뀔 예정이며 양산성을 높이기 위한 300㎜ 웨이퍼 적용도 하반기부터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패키지 기술의 혁신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슬림형 노트북이나 초소형 태블릿PC를 위해 CPU와 메모리 등을 적층(stack)하는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앰코와 ASE 등 반도체 패키징업체들은 칩스케일패키지(CSP) 등 하나의 패키지에 여러개의 칩(die)을 적층하는 기술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텔은 최근 휴대폰에 적용할 수 있도록 1.4㎜의 패키지 하나에 5개의 칩까지 적층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초소형·초박형화되면서 나타나는 발열문제와 회로간 간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유전체(low-k) 절연물질이나 구리공정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AMD와 IBM이 공동 개발한 실리콘온인슐레이터(SOI)기술은 더욱 빠른 CPU를 개발하면서도 발열문제와 간섭문제를 해결한 대표적 기술이다.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그동안 PC의 성능을 평가할 때는 의례히 CPU의 클록 속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가 그 기준이 됐다. 때문에 인텔과 AMD 등 반도체업체들은 누가 더 빠른 클록의 CPU를 내놓느냐에 목숨을 건 경쟁을 펼쳐왔다. 18개월마다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2배로 증가한다는 인텔 창시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업체들간 고속 기술개발 경쟁의 근간이 돼왔고 덕분에 현재 데스크톱용 CPU는 3.0㎓가 넘는 제품이, 노트북용도 2.5㎓까지 출시돼 있다. 10㎓ CPU의 등장도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이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 중심 즉, 모바일 컴퓨터 사용자들이 필요로하는 기능을 강조하는 추세다.

 사용자들은 실제로 특정 작업을 할 때 PC가 얼마나 잘 따라와주느냐에 따라 성능을 평가한다. 단지 클록 주파수가 높다고 해서 게임이나 인터넷 접속, 동영상 재생기능이 잘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 때문에 인텔의 센트리노나 AMD의 ‘모바일 애슬론XP-M’ 역시 노트북의 성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배터리 소모량 극대화나 초소형화에 초점을 맞추고 오히려 클록 속도는 낮춘 경향이 나타난다.

 ◇모바일 컴퓨팅 기술의 미래=반도체 및 IT의 발전은 이제 입는(wearable) 컴퓨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신체에 부착해 운반이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뛰어난 신개념PC도 등장할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PC 개념을 파괴한다.

 PDA와 노트북이 결합된 PC도 등장하고 홈서버와 스마트디스플레이가 등장해 가정의 각종 전자·통신기기를 하나로 묶는 홈네트워크도 가속화되고 있다. 개인의 사용정도에 적합한 각종 주문형컴퓨터도 곧 선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컴퓨팅 모습은 ‘유비쿼터스’로 축약된다고 예측한다.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모바일 컴퓨팅의 새로운 미래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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