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철강 및 비철금속 전문 B2B 마켓플레이스(MP)를 표방한 애니스틸닷컴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3월. 프랑스 B2B 전문가들에 의뢰해 100만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들여 개발한 eMP시스템은 11개국 동시번역 기능을 탑재하는 등 1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B2B시장을 향한 야심찬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를 대상으로 본격 가동된 애니스틸닷컴은 단 한건의 실거래도 발생하지 않는 현실을 맞아야 했다. 옥션이 기업대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불러일으킨 반향과 너무나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당혹감을 삭이고 원인분석 및 대책마련에 나선 경영진은 철강산업의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한 탈세, 어음거래 관행 등으로 인한 연쇄부도라는 악순환을 그 이유로 꼽았다.
철강업계는 거래 대부분이 외상이며 60% 이상은 어음이 통용돼 왔다. 현금결제라고 해도 바로 물품대금을 받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 구매사가 월 마감을 한 뒤 다음달 20일 이후에나 현금을 지불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제관행이 일면식도 없는 업체간 전자상거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애니스틸닷컴이 내놓은 처방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B2C 전자상거래시스템으로 중소기업에도 신용카드와 같은 전자구매카드를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신용이 불확실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결제사업에 은행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의 전자보증 프로그램은 애니스틸닷컴의 중개형 eMP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 됐다. 전자상거래 업체에는 ‘부도위험 0%, 수금업무 해방’이라는 혜택을 주고 구매기업에겐 ‘구매력 강화 및 법인세 감면’이라는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거래액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
이는 곧 INI스틸·BNG스틸 등 제강업체, 태창철강·창화철강 등 1300여 철강 유통 및 실수요 업체로 구성된 1300여개 등록회원수, 연거래규모 576억원(2000년)으로 가시화됐다.
이처럼 신용보증과 여신지원 부문을 포괄한 제3자 지원기능을 전담하는 신용보증 업종이 산업자원부의 B2B 시범사업에 포함되면서 전자상거래 보증은 중소기업간 B2B 거래 확대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대출보증에 이어 2001년 8월부터 전자거래 보증시스템을 구축한 신보는 온라인 거래시 매출액의 50%, 동일 기업당 최고 100억원까지 보증해주고 있다. 25%를 보증하는 오프라인 거래와 비교하면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신보의 전자보증은 보증심사와 약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가 확장성표기언어(XML) 문서를 이용한 인터넷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 담보보증은 전자상거래시 외상구매 대금에 대해 판매자에게 전자보증서를 발급하며 대출보증은 전자상거래시 결제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전자보증서를 발급, 결제자금 조달을 돕는다.
2002년 신보를 통한 전자상거래 보증 규모는 922억원으로 2001년 19억원에 비해 비약적인 신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삼성전자·INI스틸·LG정유 등 7개 대기업의 전자상거래 보증 채택과 애니스틸(철강), 파텍21(산업기자재), 아이마켓코리아(건설자재), 오일체인(유류) 등 11개 MP의 가세가 주효했다. 전자상거래 보증체계를 채택한 은행도 현재 신한·하나·한미은행 등 3개에서 국민·기업·우리은행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B2B시범사업 시행 1년을 맞는 신용보증 업종은 앞으로 B2B 전자상거래의 위험회피를 위한 방안확대, 전자문서 및 거래 프로세스 표준화를 통한 전자거래 네트워크 구축, 정부·무역·보험 등 부가서비스 연계 등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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