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온 백신업계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내수시장에서는 다국적 보안솔루션업체들이 가격을 앞세워 시장 탈환에 나섰으며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수출전략지역으로 설정, 공을 들여온 일본시장마저 중국 및 러시아산 백신이 등장하면서 국산 백신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25 인터넷대란 이후 전세계적으로 성가를 높여온 국내 백신업체들이 매출부진은 물론 출혈경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크게 우려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최근 국내 백신시장이 포화 조짐을 보이며 브랜드보다 가격이 우선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백신업계의 마진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내수시장에서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기세에 눌려온 시만텍·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트렌드마이크로 등 세계 3대 백신업체가 가격할인 등 공격적인 전략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이들 외국 백신업체들은 서버용 백신뿐 아니라 국산의 텃밭인 PC용 백신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백신만 판매하던 한국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는 국내 유력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랜드를 총판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PC용 백신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근영 소프트랜드 사장은 “어느 정도 고객지원이 뒷받침되면 결국 백신은 가격 싸움”이라며 대대적인 가격할인 공세를 전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트렌드마이크로 역시 최근 지사장 교체를 계기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전략 아래 서버용 백신을 공급할 때 PC용 백신을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키로 했다. 또 시만텍코리아도 정통부가 추진하는 백신설치 의무화 방침에 호응해 이에 대처할 만한 수준으로 가격전략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백신업체가 수출공략지역 1순위로 삼고 있는 일본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공세가 시작됐다. 올들어 중국 1·2위 백신업체인 서성과 강민이 국산제품의 절반 수준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서성은 일본 아이돌스타를 앞세워 TV 광고 등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백신도 저가를 무기로 일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이에 맞서 다국적기업들도 가격경쟁에 동참, 일본시장을 수출전략거점으로 삼으려던 국내 업체들의 수출전략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하우리 일본지사장인 이창훈 이사는 “이미 일본시장에서 백신 가격파괴는 대세가 됐으며 그동안 다국적 백신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던 토종백신의 가격경쟁력이 없어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며 “스팸메일 차단이나 백업 등 일본시장에 맞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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